北 “이명박 역도”…靑 “화들짝하지 않아”

북한이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이명박 역도(逆徒)”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명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동신문은 1일 ‘남조선당국이 반북대결로 얻을 것은 파멸뿐이다’라는 제하의 ‘논평원 글’에서 이 대통령을 “이명박 역도”라고 규정하며 “이명박의 집권으로 하여 북남관계의 앞길에는 험난한 가시밭이 조성되었으며, 그것은 조선반도와 그 주변 정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이 이례적으로 ‘논평원 글’이란 형식을 빌린 것과 관련, 북한 기자출신의 한 탈북자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노동신문이 굳이 ‘논평원 글’이라고 표현한 것은 논설로 내보낼 경우 노동당의 공식 입장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격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논평은 국제문제를 중심으로 짧게 쓰는 게 정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향후 남한 정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북한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남한 정부가 북한에 강력하게 항의할 경우 ‘이건 우리의 공식 입장이 아닌 논평원 개인이 밝힌 글이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공식매체를 통해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당선 이후 처음이며,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사안별로 구체적인 논평을 내놓은 것도 사실상 처음이다.

이 매체는 이날 논평원 글에서 새 정부의 ‘비핵·개방·3000’정책을 “반동적인 실용주의”로 규정하고 “우리의 핵 완전 포기와 개방을 북남관계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극히 황당무계하고 주제넘은 넋두리로써 민족의 이익을 외세에 팔아먹고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며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반통일선언”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비핵·개방·3000’의 전제가 되는 ‘북핵포기우선론’에 대해 “핵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그에 장애만을 조성하며 북남관계도 평화도 다 부정하는 대결선언, 전쟁선언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며 “이명박 정권은 핵포기우선론을 내걸었다가 수치스러운 참패를 당한 미국 상전과 선행정권의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명박이 그 무슨 개방을 입에 올리고 있는 것은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용납 못할 도발”이라며 “우리의 체제를 헐뜯고 북남관계를 대결로 몰아가며 나아가 남조선만이 아니라 우리까지 합쳐서 전체 조선반도를 통째로 외세에 팔아버릴 잡도리(어떤 일을 할 작정)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소득3000’에 대해서도 “사탕발림의 얼림수로 우리의 존엄을 흥정해보려는 것”이라며 “우리에 대한 모독이고 우롱”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날에 그러했던 것처럼 남조선이 없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지만 남조선이 우리와 등지고 대결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두고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 누가 우리의 생명인 존엄 높은 우리식 체제를 감히 넘겨다 보면서 선불질을 하는데 대해서는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매체는 또 “이명박이 그 무슨 인권문제를 거들고 있는 것도 우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인 동시에 동족사이에 적대감과 불신을 고취하고 북남관계를 대결로 몰아가기 위한 고의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했다. 한미일 3각 군사동맹 강화에 대해선 “조선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긴장을 격화시키고 핵전쟁 위험을 한층 증대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이룩하려는 것은 우리의 일관한 입장”이라며 “이명박은 지금까지의 우리의 인내와 침묵을 오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까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오던 북한이 ‘역도’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을 보면 그 동안 쌓여있던 불만과 불신을 본격적으로 표시한 것”이라며 “향후 남북관계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 교수는 “북한은 ‘비핵·개방·3000’정책을 자신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리는 내용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전제한 뒤 “현 시점에서는 상대방을 압박하기 보다는 대화노력과 접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개성 발언이후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가운데 선제타격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면서 북한에게 치명타를 안긴 것”이라고 이번 강경 논평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 실장은 “경색국면을 풀기 위해서는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기본적으로 존중한다는 발언이 필수적인데 현 정부에서 이런 발언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동안 남북관계의 경색은 불가피해 보이고, 그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한 정확한 진위와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며 “좀 더 지켜본 뒤 필요하다면 오늘 오후쯤 공식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북한이 뭐라고 한다고 해서 화들짝 놀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로키(low-key, 감정을 내색하지 않는 정책)’를 유지하면서 침착하게 실용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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