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례적 `인내심’으로 ‘화해공세’

북한이 14일 남북간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에서 자신들의 방류로 남한 주민들이 사망한 것에 ‘유감’과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명한 것은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펼쳐온 대남 평화.유화기조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사안의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북한은 작년 7월 금강산 관광객의 피격사망 사건 때도 `유감’이라는 한마디를 하긴 했으나 남측을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췄었는데 우리 정부가 이번에 북측의 유감 표명을 사실상 공식적인 사과로 받아들인 것으로 미뤄 북한의 어조가 그때와 다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두세달 사이 현정은 회장과 개성공단 출입제한 철회 등에 합의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때 특사조문단을 파견해 곡절 끝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는가 하면 추석을 계기로 지난 2년동안 중단됐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재개하는 등 다양한 대남 평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북한의 ‘진정성’과 핵문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등을 이유로 남북대화와 대북 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남북 당국간 관계가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일방적 ‘구애’로 비칠 만한 상황이고 실제로 최근 북측은 남측의 방북객 등을 통해 남한 정부의 호응이나 대가가 없는 데 대한 불만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종래 대남 태도에 비춰 매우 이례적으로 대남 유화태도를 `끈기와 인내’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제의를 즉각 수정제의 없이 수용하고 남한 정부가 ‘사실상 공식 사과’로 받아들일 유감표명을 하기도 한 것이다.

이같은 기조라면 북한이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과 관련, 우리 정부의 요구 조건에 지금까지보다 진전된 대응을 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북한 언론 매체들의 대남 협력과 교류 주장도 최근 ‘공격적’이라고 할 정도로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남북 이산가족의 추석상봉의 성과를 토대로 “금강산, 개성 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업지구를 활성화하는 등 협력, 교류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며 남북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에 따라 대화를 실현하고 다방면에 걸쳐 내왕과 접촉,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통일과 번영을 추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외홍보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역시 이날 현정은 회장의 방북 결과와 추석 상봉이 “하루빨리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과 “북남공동선언 이행이 그 지름길”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며 남북간 “화해와 단합의 흐름을 적극 추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 매체들이 남북관계 활성화를 촉구하면서 “조국 통일”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남북관계에 대해선 항상 통일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최근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선 통일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어나고 남북경협 활성화 등 남북관계 회복이 “통일 준비”라는 점이 유달리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우리 민족끼리 화해하고 단합하게 되면 그것은 곧 조국통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또 6.15 및 10.4선언의 이행이 통일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점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의 이러한 논조는 대남 선전 차원일 뿐 아니라 북한 내부적으로도 김정일 위원장이 대남 정책을 강경에서 유화로 급선회한 것을 ‘조국 통일’을 위한 것으로 주민들에게 합리화.정당화할 필요성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북미대화를 통한 북미관계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시작한 대외 평화공세가 앞으로도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당분간 북한은 대외적 환경 조성을 위한 평화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미회담과 6자회담 등에서 자신들의 입장에서 유리한 진전없이 제재만 이어진다면 다시 벼랑끝 강경행보로 반전할 수 있다”며 “앞으로 있을 북미회담의 결과가 남북관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