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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이 사회문화적으로 전혀 다른 남한에서 다양한 보건의료 문제를 겪고 있어 입국 초기에 건강검진, 치과 치료, 건강형태 개선 교육 등 그들을 위한 능동적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해야 한다고 서울대학교 박상민 의과대학 교수가 지적했다.
‘북한이탈주민 건강 증진방안’ 세미나 자료집 바로가기
박 교수는 12일 하나원이 개원 10주년을 기념해 국립의료원에서 열린 북한 이탈주민 건강 증진방안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 주제발표를 통해 “(탈북자들이) 가지고 있는 보건의료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북한과 중국 및 3국에서 겪는 의료의 경험이 어떤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보건의료 문제에 대해 “(북한에서는) 지속되는 고립 정책과 경제봉쇄 등으로 인해 기존의 사회주의 보건의료 체계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잘못된 의료 사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1990년대 후반부, 북한의 예방접종 실태는 DPT 백신 및 홍역 백신 보급률이 40%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예방접종체계의 붕괴도 하나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탈북자들이 탈북 과정에서 심리적 외상장애를 겪거나 급격한 사회문화의 변화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이들이 가지는 심리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선별하고 지지하며 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핵부분에 발표로 나선 결핵연구원 김희진 원장은 약제감수성 검사 결과에서 탈북자 34명 중 19명(56%)이 약제 내성을 나타났다며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율이 21%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제 내성은 결국 치료를 제대로는 못해서 생기는 것으로 북한에서 이전에는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았다는 것을 짐작케한다”며 “다제내성환자는 향후 우리나라의 결핵관리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접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을 진료하고 있다는 하나원 한의과 김철한 공중보건의는 탈북자들이 영양상의 문제로 신체조건도 차이가 나고 남성들의 흡연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구타 및 상해 등의 신체적 외상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김 보건의는 특히 “(북한에서) 의료체계의 붕괴로 의사의 지시나 감독하에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적어 약효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약류에 노출된 빈도가 높아 질병 치료시 보다 강력한 약물이 요구되고 있어 약물 남용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본인의 질병을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교육이 필요하다”며 “건강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열린치과의사회 신덕재 의사는 “하나원 입소자의 96~98%가 치과질환자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탈북자의) 구강상태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적 취업과 사회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홍양호 통일부 차관,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 강재규 국립의료원장, 이수백 (사)열린치과의사회 회장, 윤미량 하나원 원장 등 200여명이 참석해 탈북자의 증가에 따른 그들의 건강 지원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