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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1 조치 이후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지금 북한에서는 의과대학 학생들조차 압록강 물을 길러 장사에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또 압록강 물장사도 나름의 ‘구역’이 있어 구역을 둘러싼 폭행사건도 발생하고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전해졌다.
지난 7일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물장사에 나선 혜산의학대학 학생들이 압록강에서 물을 길러오는 30대 부부를 집단 폭행해 이 부부가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강도 내부소식통은 9일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7일 혜산시 도(道)인민위원회 근방에서 물장사를 하던 혜산의학 대학 학생 3명이 압록강에서 물을 길러오는 30대 부부를 폭행해 이 부부가 병원에 실려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대체로 (혜산시) 연봉동 주변은 김정숙사범대학 학생들과 봉흥중학교 학생들이 물장사를 하는 구역이고, 혜명동 주변은 혜산의학대학 학생들과 혜명중학교 학생들의 구역으로 정해져 있다”며 “물장사를 하고 있던 혜산의대 학생들이 물을 길러오는 마을 사람을 자기네 구역에 들어 온 다른 물장사 꾼으로 착각해서 시비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압록강에서 30대 부부가 손수레에 물을 길어 오는 것을 목격한 의대생들이 물동이를 운반하는 자신들의 썰매로 이 부부의 손수레를 일부러 들이 받았다. 이에 화가 난 남편이 의대생에게 주먹질을 하자 의대생 3명이 달려들어 이 부부를 집단구타하고 달아난 것.
소식통은 “그 일로 해서 이 부부의 친척들과 동무들이 도끼와 삽을 들고 혜산의대 기숙사에 찾아가 난리를 부리는 바람에 보안원(경찰)들까지 동원됐다”며 “보안원들도 그 대학생들을 잡느라고 온 기숙사를 다 조사했지만 끝내 범인은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양강도 혜산시는 올해부터 생활전기 부족으로 주민들의 식수공급이 어려워지자 압록강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 지역에서부터 물장사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이 물장사는 특별한 밑천이 필요 없이 손수레나 썰매만 있으면 압록강에서 물을 날라 주택가에서 팔 수 있으므로 주로 농촌지역에서 혜산으로 유학 온 대학생들과 중학생들의 생계형 부업으로 유행했다.
소식통은 “지금 물장사는 대체로 중학생들과 대학생들이 독점하고 있다”면서 “일반사람들은 정말 아무런 돈벌이 수단도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하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생들 중에서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지방 학생들이 주로 물장사에 나선다”며 “일부 중학교 학생들도 가정의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혹은 자기들 용돈 벌이로 물장사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지금 혜산에서는 물 50리터에 조선 돈 300원씩 한다”며 “50리터짜리 새비(새우) 담는 통 1개면 300원, 70리터짜리 중국 양동이 1통이면 400원을 받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압록강에서 썰매나 손수레로 물을 실어 나르는데, 썰매 1개에 50리터짜리 물통을 4~5개 정도는 실을 수 있다”며 “물장사는 혼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통 3~4명씩 조를 짜서 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물장사꾼들은 보통 하루에 압록강까지 4번 정도 왕복한다”며 “많으면 7~8번도 할 수 있지만 돈을 주고 물을 사먹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고 말했다.
그는 “물을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간부들이나 시장에 나가야 하는 장사꾼들, 술장사와 두부 장사 같이 물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다”면서 “물장사꾼들도 하도 많으니 같은 물장사꾼들끼리 자기 구역을 놓고 싸우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혜산시는 지난 2003년부터 국제단체의 지원을 받아 2년간에 걸치는 공사 끝에 ‘자연식 상수도 체계’를 완공했다고 북한 당국이 자랑했던 도시다. 그러나 공사 당시 상수도와 하수도관을 함께 묻는 바람에 심각한 식수오염이 발생했고, 인구 밀집지역은 대체로 압록강보다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