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을지훈련 반발 정상회담에 영향주나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된지 사흘만인 10일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가 오는 20일 시작되는 을지포커스렌즈(UFL) 한미 합동군사연습 계획에 ‘조선인민군의 대응타격수단의 실제 추진’이라는 표현을 쓰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과 북한의 의도와 배경이 새삼 주목된다.

우선 당면한 남북정상회담 일정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UFL을 강하게 언급하고 나옴에 따라 북한이 앞으로 UFL과 정상회담을 연계해 UFL의 중단을 요구함으로써 UFL 문제를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 합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가를 받아 이뤄졌고, 이미 남북간 합의 과정에서 UFL 문제도 다뤄졌을 것이므로 북한이 정상회담과 UFL을 연계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특히 북한군의 판문점 대표부는 이날 UFL에 강력 항의하는 성명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대신 2.13 합의 이행과 6자회담에 대한 “파국적 후과”를 강력 경고하고 ‘미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남북관계, 핵문제-북미관계’라는 북한의 분리 인식을 재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또한 북한의 UFL에 대한 북한의 문제 제기를 비핵화 맥락에서 봐야 함을 말해준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UFL을 중단하라는 북한의 주장은 상투적이지만 시기적으로 최근 북한의 주장은 좀더 깊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이번에 핵포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주변으로부터 받는 군사적 위협의 제거를 병행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완전한 핵포기가 체제에 대한 보장이 이뤄질 때만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2.13합의’에 따른 핵폐기 초기조치에 들어간 상황에서 핵폐기와 맞물리는 북한의 안보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북한은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비해 절대적 열세에 놓인 점을 감안, 핵무기와 미사일이라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통해 비대칭적 군사력 균형구조를 만들어 냈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서 북한이 느끼는 위협이 사라져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며, 실제로 북한은 이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핵포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트랙이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남북간 장성급 회담에 적극성을 보이고 미국에 북.미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남한 및 미국과 군사회담을 개최함으로써 북한이 느끼는 군사적 위협을 실질적으로 논의하고 제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과거 한미간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었던 팀 스피리트 훈련이 북핵 제네바 합의가 나온 1994년부터 중단된 전례도 북한의 의도 이해에 도움이 된다.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의 해결, 2.13합의의 이행 국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 등 북.미간 완연한 관계 개선 조짐, 남북정상회담 예정 등을 통해 한반도와 주변정세가 호전되는 양상과 괴리된 듯 하지만, 이번에도 제네바 합의 때처럼 핵타결을 명분삼아 UFL을 포함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토록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려는 뜻을 읽을 수 있다.

북한이 UFL에 반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2005년에는 이 문제로 6자회담 개최가 미뤄졌고, UFL 기간에 예정됐던 남북 당국간 회담이나 이산가족상봉 등의 행사가 연기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이 점을 감안해 8월에 열리는 남북간 회담이나 행사는 의식적으로 UFL기간을 피해 택일하는 노력을 해왔다.

북한군의 판문점대표부는 지난해는 UFL을 전쟁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인민군은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군사적 조치들을 주동적으로 취하는 데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UFL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 비춰, UFL 문제가 정상회담 일정 자체엔 별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으로부터 느끼는 군사적 위협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 적극성을 보일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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