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일 ‘자유인’ 김정남..’김삿갓’풍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정남(38)씨의 최근 언행이 북한 체제의 특성상 외부인을 놀라게 할 정도로 거침없고 자유롭다.

유럽 등 세계 각국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것이야 김 위원장의 장남이라는 특수신분 때문에 가능하겠지만 서방 언론과 접촉에서 북한 내부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듯한 발언들을 보노라면 절대권력자인 아버지도 부러워할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평양보다는 중국 베이징과 마카오에 주로 거주하면서 평양을 손님처럼 드나들고 유럽도 자주 오가는 그의 한량같은 모습은 이미 잘 알려졌다.

그가 지난 7일 마카오에서 만난 일본 TBS 기자들에게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발사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며 “북한 언론은 성공했다고 보도하고, 해외언론은 실패했다고 보도하는 것은 알고 있다”고 남의 일 얘기하듯 대답했다.

북한 당국은 물론 자신의 아버지도 “성공적 발사”에 “대만족”을 표시한 일에 대한 이러한 ‘무심한’ 발언은 북한 주민은 물론 최고위 간부들도 할 수 없는 말이다.

로켓 발사에 앞서 지난달 30일 베이징 공항에서 만난 일본 후지TV 취재진이 “일본 정부의 대응이 과장된 것이냐”고 질문한 것에는 “일본 정부의 행동은 자위를 위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일본 정부가 “가장 못되게 논다”며 “사소한 요격” 움직임에도 보복타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하는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그는 마카오에서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만약 내가 후계자라면 마카오에서 이런 옷을 입고 여행하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정남의 이런 언행은 기본적으로 로열 패밀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특히 올해 초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세습 후계자로 셋째 아들 정운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후 두드러져 눈길을 끈다.

이유야 어떻든 북한 밖의 친북 단체.매체들조차 북한 당국의 입장과 선전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장남이 그것을 앵무새처럼 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한 정보 소식통은 김정남의 `자유 발언’에 대해 “북한 당국의 입장과 선전매체의 주장을 외우지 않고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했을 뿐일 것”이라며 그의 발언 이면에 특별한 복선은 없는 것으로 봤다.

김정남은 후계자로 내정된 이복동생 정운의 생모 고영희(2004년 사망)씨의 견제를 받아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생활을 하면서 세상 물정을 잘 알고 개방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과거에도 평소 지인들에게 “후계자 문제에 관심도 없고 시켜도 안한다”고 자주 말하는 등 북한 체제에 대한 회의로부터 일찌감치 권력에 대한 야심을 접고 자유인으로 살 결심을 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전문가는 “이유야 어쨌든 김정남의 최근 모습은 어찌보면 욕심을 버리고 8도를 유랑한 조선 후기 김삿갓을 닮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김정남의 발언이 김삿갓이 읊은 조선후기 지배체제에 대한 비판과 풍자시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