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7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제기된 북한인권 실태와 관련 “자기를 키워준 조국을 배신한 사람(탈북자)들이 만든 얘기”라며 전면 부인했다.
이날 정례검토에는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 등 관련국들을 비롯해 아프리카와 아랍, 남미의 약 50개 국가가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들 국가들은 북측 대표단에 대한 질의에서 북한 아동들의 기아 문제를 비롯해 이산가족, 탈북자에 대한 과중한 처벌, 정치범 수용소 실태, 공개처형, 고문, 사법권 종속 등의 문제를 제기했고, 특히 인권상황에 대한 투명성 부재를 지적했다.
북측 대표단은 ‘인권유린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는 참가국들의 지적에 “북한 헌법과 법률 어디에 인권유린을 허용하는 조항이 있는가”라며 “과도한 선입견과 악평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반발했다.
“공개처형, 한 두건 사례 있어…납북자는 없다”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 리철 대사는 질의 직전에 발표한 연설문에서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부당한 ‘결의’가 강행 채택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것을 인정도 접수도 하지 않으며, 인권의 정치화·이중기준의 극치로서 단호히 전면 배격한다”고 강변했다.
북측 대표단은 아동과 여성의 기아 및 영양실조 문제에 대해 “1990년대 중반 경제적 난관으로 인해 영양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2000년대 초부터 인민의 영양상태가 개선돼 이제는 영양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아동 강제노동과 준군사조직 가입 여부와 관련 “아동 강제노동은 없으며 붉은 청년 근위대는 준군사조직이 아니라 특수한 정전 상황 때문에 자위적 차원의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북한 대표단은 또 탈북자에 대한 과중한 처벌과 에 대해서 “단순 친지 방문의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고 추궁하고 교양해서 돌려보내지만 밀수에 관여하거나 적대세력과 연계된 경우 형사적, 행정적 처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전쟁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이산가족은 전적으로 민족 내부의 문제로서 6.15 남북공동성명과 10.4 선언에 따라 노력하고 있다”며 “전쟁포로 문제는 정전 당시 해결됐고, 납북자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 대표부는 ‘공개처형’과 관련해서는 사실자체를 시인했다.
공개처형이 중단되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처형은 비공개가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흉악범의 경우 피해자나 가족들이 확인을 요구하는 경우 한 두건 공개처형 사례가 있기는 하다”고 답했다.
이날 정례검토에는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 리철 대사와 한채순 보건성 보건연구소 실장, 김명철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 복지부과장, 심형일 중앙재판소 수석판사 등이 참석해 답변했다.
“인권 관련 법 조문과 집행 사이에 현격한 차이 있어”
한편, 주 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 이성주 대사는 질의에서 “북한 내에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권에 대한 중대하고도 조직적인 침해가 있다는 보고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음을 우려한다”며, 특히 “인권 관련 법조문과 실질적인 집행 사이에 현저한 격차가 있음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한반도 분단에 따른 이산가족과 전쟁포로, 납북자 등 ‘3대 현안’의 해결을 위한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고,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통신, 상봉 정례화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인권침해 주장과 관련한 구제책 또는 확실한 책임감 부족으로 외국 정부가 인권 상황을 정확히 평가하기가 어렵다”며 “북한의 인권상황을 더욱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일본 측은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인 납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공개처형 제도와 탈북자 처벌, 식량권 보장 등을 지적했다.
미국과 벨기에,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유엔기구 및 구호단체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식량 및 의약품 원조를 투명하고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상황을 공개하고 자유로운 접근권을 보장할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반면, 쿠바와 시리아, 이란, 미얀마 등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일부 국가는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국제정치 상황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옹호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인권이사회는 사무국과 3개 간사국인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르웨이 등이 중심이 돼 이날 논의한 결과를 요약한 결과문을 오는 9일 채택하고, 내년 3월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최종 권고문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