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도영웅 계순희···사랑도 운동도 ‘한판승’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계순희가 일본의 유도영웅 다무라 료코를 들어메치고 있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의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게 바로 북한 계순희 선수의 우승이다. 당시 일본 유도의 ‘살아 있는 신화’ 다무라 료코는 16세 때부터 국제대회에 출전, 2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번 연속 금메달을 땄고, 일본선수권대회 11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그를 당시 157cm 키에 몸무게 48kg으로 국제대회 첫 얼굴을 내민 16세의 애송이가 꺾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로써 일본의 유도 영웅을 눕힌 계 선수는 남·북한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영웅이었다.

그런 계 선수가 <리명수체육단>의 김철(27)감독과 결혼 소식이 전해지면서 계 선수와 결혼하는 ‘신랑이 누구인지?’ ‘<리명수체육단>은 어떤 곳인지?’ 남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걸까? 계 선수는 13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감독과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신랑 김철도 유도 선수

처음 계 선수의 신랑으로 알려진 김 감독은 축구 감독으로 알려졌으나, 2002-04년까지 북한의 3대 체육경기 중 하나인 공화국선수권 남자유도(유술) 90㎏급에 출전, 3년 연속 우승하고 2004년 9월 현역에서 은퇴한 유도 선수 출신으로 밝혀졌다.

같은 유도인끼리의 결혼인 셈인데, 한국에서도 그와 버금가는 유도 커플이 있다. 김병주(89년 세계유도선수권대회 78kg급 우승)와 김미정(92년 바로셀로나올림픽 72kg급 우승)부부다. 아마도 누구보다도 이들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으리라.

▲지난달 27일 계순희 선수(오른쪽 두번째)가 신랑 김철 감독(맨 오른쪽)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낸 결혼상을 받고 있다.

계순희-김철 부부의 러브스토리 또한 드라마틱하다. 둘 다 청소년체육학교(당시 청소년체육구락부) 졸업 후 유도선수로 활약했지만 서로 다른 체육단에 소속돼 따로 만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유도대회가 열리는 4월(만경대상), 7월(보천보횃불상), 9월(공화국선수권) 등 1년에 3번이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 것.

또 계 선수가 애틀란타올림픽에서 우승한 후 북한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가 되어있어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경쟁자가 많아 그녀에게 다가서기가 더욱 힘들었다.

김 감독은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순수 유술선수의 관계였다. 유술에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치는 순희 동무에게 존경이 갔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4월 만경대상 유도경기가 열릴 당시 계 선수에게 “9월 이집트에서 세계유술선수권이 진행되는데 경기를 잘하라. 언제나 순희 동무를 응원하고 있다”며 계선수를 향한 김 감독의 마음을 살짝 내비쳤다.

“지도원(김 감독) 동지는 마음 속으로 바라던 이상형”

그 후 김 감독의 응원의 힘, 아니 사랑의 힘이었겠지만 계 선수는 이집트 대회에서 4경기 연속 한판승을 뽑아내며 우승했다.

계 선수가 김 감독에 호감을 갖게 된 사연은 지난 2000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쳐 자책과 실의에 빠져 있던 2001년 4월, 만경대상 유도경기장에서 김 감독이 건넨 응원에 큰 힘과 용기를 얻고 나서부터다.

계 선수는 “유술을 한없이 사랑하는 지도원 동지이기에 계속 유술을 하려는 저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해 주고 있을 것”이라면서 “지도원 동지는 제가 마음 속으로 바랐던 이상의 남성”이라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한 후 2세를 보겠다는 그들은 “앞으로 태어날 자식도 남녀 불문하고 무조건 유도선수로 키우겠다”고 말하는 이 부부에게 남녘 사람들은 행복을 기원하고 있다.

박영천 기자 dailyn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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