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월드컵 중계, 적대국 승리는 방영 안해

▲ 독일-코스타리카전에서 득점한 독일팀

독일월드컵이 전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지금, 북한주민들도 월드컵을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14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조선중앙 텔레비전 방송은 11일 저녁부터 지상파 방송을 통해 2006 독일월드컵 개막식과 독일-코스타리카 경기를 1시간 동안 방영했다”고 보도했다.

북측의 월드컵 시청 협조요청에 따라 남한의 월드컵 중계 지원이 북한주민들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식이다.

지난 5월 30일 북한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명의로 남측에 월드컵 시청 협조를 요청함에 따라 남한 방송위원회는 북한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FIFA와 월드컵 중계권 판매대행사에 이를 통보하고, 태국 타이콤 3위성을 이용해 북한 중앙TV위성채널로 신호를 송출하고 있다.

적대국 승전경기 방영 불가, 패하면 방영

기자는 북한에서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관전했던 기억이 있다.

상대편 수비 5~6명을 뚫고 들어가 골을 성공시킨 마라도나의 활약상을 보는 주민들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탄성이 터지곤 했다. 브라질의 폘레,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독일의 베켄바워 등 왕년의 축구스타들의 이름도 낯설지 않다.

월드컵 8강 기적을 기억하는 북한 축구애호가들과 주민들의 월드컵 관심은 지대하다. 월드컵 예선 시즌이 되면 축구애호가들은 북한과 대전하는 팀들의 명단과 경기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며 경기를 관전하곤 했다.

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월드컵 우승포상이 얼마며, 4강에 얼마, 16강이 얼마라는 식의 이야기판으로 주위의 시선을 독차지 했다. 집에 TV가 없는 사람들은 남의 집에 물러앉아 구수한 축구 이야기로 집안의 흥취를 돋구었다.

나이든 사람들은 그래도 월드컵에 관심이 많지만, 젊은 사람들은 월드컵 스타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북한당국이 월드컵 방영을 제한적으로 실시하기 때문이다.

적대국 개최의 경기를 방영하지 않는 관례에 따라 94년 미국월드컵 경기는 방영하지 않았고, 더욱이 미국이나 일본, 한국 등 적대국들의 승전소식은 일절 방영하지 않았다.

대부분 녹화방송이므로 적국이 승리하면 방송하지 않고,적국이 패한 경기는 방영했다.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 미국전에서 골을 뽑아낸 안정환의 골 세레머니가 북한 화보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에도 생중계가 아니기 때문에 적대국 경기 선별 관전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주민들, 경기장 광고에 관심 많아

월드컵 관전을 통해 주민들은 세계인들의 다양한 생활수준과 문화 등을 이해하는 세계적 안목이 생긴다. 경기장 실내장식과 선수들의 유니폼, 축구팬들의 열광 등을 보는 주민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새로울 뿐이다.

특히 경기장 둘레에 세워진 광고 전광판이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광고판을 보며 공부깨나 한 사람들은 ‘SONY’는 일본회사, ‘Coca Cola’는 미국회사, ‘SAMSUNG’은 한국회사 라는 등 ‘해설자’로 나선다.

‘광고는 아무나 진열할 수 없다’느니, ‘광고 한편에 천문학적 돈이 든다’는 말을 듣는 주민들은 믿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수령우상화와 북한체제 선전용 광고와 플래카드만을 건물과 운동장에 비치하는데 익숙한 주민들은 ‘해설자’가 말하는 천문학적인 광고료가 의심스럽기만 한 것이다.

전기가 부족한 북한에서 평양을 제외한 지방은 보통 밤 10시가 되면 정전된다. 경기시간에 정전되면 주민들은 애꿏은 배전소를 욕하며 긴긴밤 속을 쓸어내려야 한다.

한영진 기자 (평양 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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