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월드컵 예선 남북전 ‘서울 개최 불가론’ 왜?

북한이 22일로 예정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을 서울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열자고 주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규정에 따라 한국 홈경기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전 6차전을 2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이미 심판과 경기감독관까지 배정을 마친 상태다.

그러나 북한은 10일 북한 개성에서 열린 남북 실무협의에서 엉뚱하게 제3국이나 제주도에서 경기 장소를 옮겨 열자고 주장했다. ‘서울 경기 개최 불가론’을 정면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북한은 최근 어수선한 국내 정국 상황과 서울을 찾을 선수단 안전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 등을 주장하는 시민들이 연일 대규모 촛불 집회를 서울에서 열고 있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인 셈이다.

하지만 남북 한국 실무협의단 단장으로 북한 개성을 찾았던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제3국 개최’ 주장을 일축했다.

FIFA 규정에 따라 홈경기 개최권이 보장되는 데다 2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경기 시간과 장소가 확정되고 심판, 경기감독관까지 배정된 상황에서 이를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 달 초에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축구연맹(AFC) 사무국을 방문해 모하메드 빈 함맘 AFC 회장에게 서울 대신 제3국에서 6차전을 여는 데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북한은 평양에서 열기로 했던 3차 예선 2차전 홈경기를 중국 상하이로 옮겨 치른 만큼 한국도 서울 대신 제3국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FIFA는 북한 요청을 거부하고 서울 경기 개최를 재확인했다. 평양 개최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허용할 수 없다’는 북한 주장이 FIFA 규정에 정면 배치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대한축구협회가 ‘제3국 개최’를 강하게 반대하자 이번엔 서울 대신 제주도 카드를 빼들었다.

제주도가 서울과 비교해 선수단 안전에서 훨씬 낫다는 논리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17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했고 전지훈련도 같은 곳에서 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이마저 거부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단 경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제주도 개최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조만간 서면으로 입장을 정리해 통보하기로 했지만 서울 경기를 보이콧할 경우 그 경기는 몰수패(0-3 패배)가 선언된다.

북한은 2승2무(승점 8)로 한국과 동률로 2위를 달리고 있어 14일 요르단과 홈경기에서 이기면 요르단(1승1무2패.승점 5)을 제치고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된다. 북한이 최종 6차전인 남북전을 치르지 않고도 최종예선에 나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서울 경기를 포기할 경우 경기 개최에 따른 제반 비용을 배상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을 안아야 한다. 입장권이 절반이 넘는 3만여장이 이미 팔려 남북전 불발시 대량 환불 사태가 나올 수 있다.

북한이 만원 관중이 예상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수용규모 6만5천명)의 뜨거운 응원 열기와 생소한 민주적 시위 문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엄청난 비용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경기 불참 악수를 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축구협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1990년 10월11일 남북 친선경기 2차전 이후 17년 8개월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전을 ‘축제’로 즐기고 싶은 서울 시민들은 북한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태극전사들을 볼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