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월드컵 본선진출도 ‘강성대국’ 건설 위업 방편?

북한은 지난 6일 오후 5시 평양 양각도경기장에서 진행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북한 대 이란 경기를 조선중앙TV로 생중계 했다.

이날의 방송은 작년 2월 뉴욕필 교향악단의 평양공연에 이어서는 첫 생중계로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은 방송 또한 주요한 선전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여과 없이 나갈 수 있는 생중계를 하기 보다는 당국의 사전 검열 하에 교양 내용을 최대화해 편집한 녹화 방송을 선호한다.

북한은 스포츠를 통해서도 주민들에게 사상교양을 진행한다고 믿는다. 만약 북한팀의 국제 경기를 생중계 했는데 만약 경기에 질 경우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신념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본다.

때문에 일단 국제 경기들중에 북한이 이긴 경기나 아주 강한 상대들과 경기에서 비기는 등의 성과를 거뒀을 경우에 한해서 녹화 중계방송 하는 식이다.

그렇게 볼 때 북한이 이란과의 경기를 생중계 한 것은 그동안의 북한 방송 패턴과 차별화를 둔 것이다. 이에 대해 탈북자들은 월드컵 예선에서 북한 팀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인 것이고 주민들의 관심과 기대도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한다.

설사 지더라도 이 경기를 통해 북한 주민의 체제 일체감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보여 과거보다는 한 층 유연해진 태도라는 평가도 나오다.

이 경기를 위해 북한이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은 당일 응원석을 보고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양각도 경기장은 3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이날 관람석은 북한주민들로 꽉 찼다. 특히 붉은 유니폼을 입은 북한 선수들과 꼭 같이 붉은색 셔츠에 붉은색 모자를 쓴 응원단이 질서정연하게 앉아 응원하는 모습은 집단주의 기풍을 선호하는 북한의 정서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붉은 반소매 티에는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구호가 써져 있어 이번 경기를 지켜보는 국제사회에 북한이 기필코 강성대국 건설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마치 과거 북한의 미녀 응원단이 한국에 와서 집단 응원을 펼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한국의 붉은악마 응원단이 개별적으로 경기장에 집결한 이후 단체 응원을 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북한은 국가적 행사나 모임들을 진행 할 때 공장 기업소들이나 교육기관 등 모든 조직들을 동원하는 집단 참가를 우선한다. 만약 이런 모임에 빠지면 “사상적으로 준비되지 못했다”고 정치적으로 분석하므로 북의 주민들은 좋건 싫건 복종하게 된다.

그래도 이날만큼은 대부분의 평양 시민들이 월드컵 예선 경기를 보는 데 동원이라도 되기를 바랬을 것 같다.

응원단이 단체로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것도 눈길을 끈다. 북한 축구대표팀 유니폼 색상이 붉은색이기도 하지만 북한은 공산주의의 혁명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붉은 색을 유달리 선호해 온 이유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당 깃발이나 단체 깃발들이 붉은 색인 것도 이것이 주민들의 신심을 고취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이 이란과의 경기에 국가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준비하고 생중계까지 하면서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날 경기가 0대 0 무승부로 끝나면서 북한은 승점 11점을 기록, 마지막 남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 경기 결과에 따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남아공 직행 티켓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경기 해설을 맡은 북한 체육과학연구소 연구사 리동규 박사는 “우리 팀은 조직적인 방어와 높은 정신력과 집단력에 의거한 경기운영을 해서 최근에 좋은 성과들을 거두고 있다”며 경기 종료 후에는 “육체적으로 강한 이란팀과의 경기에서 오늘 우리 선수들은 평시에 연마한 높은 기술을 잘 보여주었다”고 자평했다.

한편,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4일 바하마 나소에서 열렸던 FIFA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바이아와 이란을 꼭 이겨달라는 북한 측의 부탁이 있었다고 밝힌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최종진출을 위해서는 남측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족적 차원에서 협력을 요구한 모양이다.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남측의 협조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정치도 이렇게 하지라는 아쉬움과 함께 축구도 잘하고 볼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날 생방송 소식을 지켜본 탈북자 김민(가명·35세)씨는 “비록 떠나온 고향이지만 그래도 내 고향 사람들이 경기에서 이겼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었는데 비겨서 너무 아쉽다”며 “오늘 경기 결과에 선수들이 낙심하지 않고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해 남북이 동반으로 월드컵에 진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