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조식량 50% 특권층에 유입된다”

▲ 2006년 북한 장마당을 떠도는 꽃제비 어린이 ⓒ일본 니혼TV

미국 내 북한 경제 전문가인 피터슨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연구원과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티븐 해거드 교수가 공동으로 북한 식량난 관련 저서를 출간하고, “북한의 식량 자급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 개혁을 단행하고 국제사회에 편입되야만이 만성적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지난 수년간 펴낸 북한 관련 보고서를 모아 3월 『북한의 기근-시장지원과 개혁』(Famine in North Korea: Markets Aid, and Reform)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북한의 식량난은 기본적으로 식량 자급체계가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북한 정부가 조금 더 빨리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을 요청했거나, 해외차관을 유치할 수 있는 수출 규모를 유지했더라도 식량난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은 경작지가 부족하고, 기후 조건도 열악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써도 자체 생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농업경제를 이룰 수 없다”며 “따라서 경제개혁을 통해 공업 분야 등의 수출을 늘리고, 필요한 식량을 수입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 90년대 이후 하부로부터 비공식 시장경제화=저자들은 “북한 식량난의 장기적인 해법은 인도적 지원이 아니다”면서 “북한은 경제와 정치의 개혁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해외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필요한 식량을 수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경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식량난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1990년대 대아사 기간 이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풀뿌리 시장경제가 시작됐고, 주민들이 직접 돈을 벌어서 식량을 구입했지만, 북한 정부는 오히려 실패한 배급체계를 다시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북한 주민들은 기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냈다. 자포자기 한 가족들은 그들이 가진 물건들을 음식과 바꿔 팔기 시작했다”며 “노동자 단위에서도 유사한 활동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빼돌린 자산을 중국에서 식량과 교환했다. 이런 활동들은 하부로부터 비공식적 시장 경제화의 과정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해외단체들은 북한 정부가 배급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과 함께 원조가 줄어든 이유가 됐으며, 따라서 식량 부족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서는 또 북한 사회에 대한 국제사회 인도적 지원의 한계를 지적하고, 향후 대북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지고 있다.

“북한 정부는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 아래 국민들을 인질로 잡아두고 있다”며 “WFP와 여타의 지원 단체들은 주민들이 굶어 죽고 있는 시기에도 북한에 입국하기 위해서 협상을 해야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접근이나 활동에 있어서 커다란 제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듯이 북한 정부는 투명하고 효과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을 방해하려고 했다”며 “대북 지원의 유용은 폭넓게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용의 규모는 북한 인구의 3~10%를 충분히 먹일 수 있는 분량으로, 이 지원의 일부는 군부를 포함해 정치적으로 연계가 있는 조직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 北 정권 극도의 주민 수탈 반복=저자들은 “이 지원의 일부가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은 일면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이 또한 국가 기업이나 이들의 주변인 등 특권 계층 형성에 기여하게 된다”며 “이렇게 분화된 새로운 특권층은 외화와 식량에 접근할 수 있는 자들과 그럴 수 없는 자들로 현저하게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이나 남한뿐 아니라 미국 내 비판 여론은 대북지원이 현 북한 정권의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기여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들은 북한을 국제 경제에서 차단하거나 외부 식량 지원을 중단하는 등 국제사회가 공동의 압력을 행사해서 정권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정권의 평화적인 변화가 바람직하다는데 동의하며, 북한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중단하는 국제사회 공동의 전략이 정권 변화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정권을 변화시키기 위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줄이는 정책으로 갑작스럽게 전환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북한 정부는 국민들에게 극도의 수탈을 반복적으로 강요해왔다”며, 국제사회가 당장 인도적 지원을 중단한다면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식량지원의 축소 등 전략의 변화가 북한의 정권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가능성도 확실하지 않다”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 지원의 축소는 남한과 중국의 지원 증가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어떤 한 쪽이 지원을 축소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오는 효과는 기대 이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 식량의 50% 정도가 군대나 특권 계층에게 유용되고 있지만, 나머지 50%가 취약한 계층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시장은 명백히 발전하고 있고, 2005년 말 단속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