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자로 중단이 가장 쉬운 첫 조치”

지그프리드 헤커 전(前) 미 국립핵연구소 소장은 12일 북한이 핵 폐기 의사를 증명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첫 조치에 대해 “가장 쉬운 것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 플루토늄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스탠퍼드대학 초빙교수인 헤커 박사는 이날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자신의 발언이 순수하게 과학자로서의 사견 임을 전제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원자로가 중단돼 있더라도 안에 연료를 두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꺼내야 하며 이 작업은 북한이 1994년을 비롯해 몇 차례 해봤기 때문에 한두 달이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그는 “9.19 공동성명에서 개괄적으로 언급된 조치의 ‘구체적인 순서’에 대해서는 미북간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꺼낸 폐연료를 식힌 후 밀봉해 북한 밖으로 반출하는 방법과 북한 내 어딘가에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 두 가지 옵션이 있다”고 밝혔다.

헤커 박사는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비핵화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원자로의 해체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사실 이는 커다란 건물을 분해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며 “다만 분해했을 때 나오는 부속 하나 하나가 방사능 물질이어서 안전의 문제가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헤커 박사는 “이와 더불어 이뤄져야 하는 것은 재처리 시설의 해체”라면서 “이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제약이 있지만 다시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조치를 단기간 내 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특히 완전한 핵폐기가 달성되려면 무엇보다 핵무기의 해체가 있어야 한다면서 “핵무기는 외부의 다른 사람들보다는 만든 당사자인 북한이 직접 해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핵무기의 핵심부품인 플루토늄은 금속 덩어리이기 때문에 꺼낸 후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 안에 넣을 수 있고 이동도 가능하다”고 밝혀 플루토늄을 외부로 반출하는 방법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헤커 박사는 또 농축 우라늄 문제와 관련, “이 문제도 분명 협상에서 큰 그림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미국이 말한 바 있다”고 말하고 “농축 우라늄 시설은 원자로에 비해 훨씬 작아서 숨기기가 쉬워 사실 북한의 협조가 없으면 프로그램 제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가능한 많은 협의를 통해 북한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신고하고 사찰이 가능하도록 한 후, 폐쇄 및 제거로 연결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핵실험 이후 북한 측이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군축협상에 대해 “군축협상의 주요 당사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의 사례를 보면 이들이 수 천개의 핵무기와 무기 운반체계인 미사일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는 큰 차이점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기를 운반할 능력을 가진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이 많아야 6~8개의 핵무기를 가진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봤을 때 ‘감축’은 성립할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헤커 박사는 1986-97년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핵연구소 소장을 지낸 핵과학자로, 지난달은 물론 과거에도 몇차례 북한을 방문한 바 있으며 플루토늄 추출과 우라늄 농축 등 북한 핵실태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동북아시대위원회와 스탠퍼드대학 아태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12일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차 한-미 서부지역 전략포럼’ 참석차 방한 중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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