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지난해 농사가 잘된 것은 ‘김정은 영도업적’이라고 선전하면서 ‘풀 거름’ 생산을 독려하고 나섰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여맹 강연회에서 작년에 농사가 잘된 것에 대해 ‘원수님 말씀대로 밭에 부식토를 많이 낸 결과’라고 얘기하면서 올해 풀 거름 생산을 더 잘할 것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풀 거름 생산이란 말 그대로 여름철에 풀을 베어 다음해 농사철까지 썩혀, 거름을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보통 풀 거름 생산 기간은 풀이 어느 정도 자라는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진행되지만 지금부터 독려하고 나선 것은 주민들을 동원해 생산량을 늘려 만성적인 비료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치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작년에는 여맹원 1인당 1톤이었는데, 올해는 1.2톤이 과제로 부여돼 가뜩이나 먹을 것을 마련하느라 바쁜 주부들의 일손이 더 바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풀이 있는 곳이 해마다 줄어드는데 풀 거름 생산과제는 해마다 늘고 있어 주민들은 과제 수행에 꽃제비들의 손까지 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풀 거름 생산과제가 늘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주민들은 “과제 수행정형을 엄격히 따지기 시작하면 연초에 퇴비도둑이 생겼던 것처럼 풀 도둑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가정생활이 어려워 꽃제비 등 삵 꾼도 쓸 수 없는 여맹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논밭에 퇴비, 비료를 많이 쳤다고 해도 하늘이 알아주지 않으면 순간에 ‘물(허사)’이 된다”면서 “오히려 하늘에 대고 올해도 잘 되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나”며 우회적으로 풀 생산과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농촌에서도 주변 땅은 모두 밭으로 만들었고, 그나마 조금 있는 공터에서 나는 풀들은 소, 양, 염소, 돼지 등의 사료로 베어 가 풀이 자랄 새도 없고 사료로 쓸 수 없는 거센 풀들은 땔감으로 모두 베어 간다.
소식통은 이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깊은 산 속이나 인적이 없는 후미진 곳에 가서 풀을 베야 하는데 대부분 여성들이 ‘경제자금(노동에 불참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을 내는 것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왔다. 보통 여맹단위로 작업을 나갈 때 불참할 경우 1일 5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러면서 “풀씨가 들기 전에 8월 말까지 풀을 베야 하기 때문에 기간도 길지 않아 주민들은 속을 앓고 있다”면서도 “과제수행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게 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면서 일부 주민들은 여러 명씩 조를 묶어 며칠 산속으로 이동작업을 가려는 계획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비료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산성화된 토지를 개량하기 위해 해마다 다양한 생산계획을 세우고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다. 풀 거름 생산 외에도 부식토 1t 당 요소비료 50kg을 섞어 만드는 흑보산비료 생산, 구은 흙으로 만드는 소토 생산, ‘흙깔이’라고 불리는 부식토생산 등에 주민들이 동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