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민주화운동본부와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는 26일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덕관리소 혁명화 구역 254명 수감자 명단 및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유린 실태를 폭로했다.
북한 ‘요덕수용소’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이 ‘혁명화구역’은 한 번 들어가면 죽을 때 까지 나올 수 없는 나머지 완전통제 구역과 달리 ‘반성’ 정도에 따라 조건부 석방이 가능한 곳이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태와 관련해 진술한 탈북자들이 대부분 요덕수용소의 혁명화구역 출신이어서, 우선 이곳 수용자 명단만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명단에 오른 254명을 ‘죄목’별로 보면 탈북시도가 64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밖에는 간첩행위·반체제행위·국가기밀누설 60명, 당권위 훼손·반정부 음모 47명, 연좌제 29명, 체제비난 25명의 순이었다.
이들 중에는 김일성의 전용기를 조종했던 ‘1호 비행사’ 김형락씨, 전 체신성 부상 심철호씨, 김정일의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홍순호씨 등도 포함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한 김영순(74·여) 씨는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이자 김정남의 생모 성혜림과 고등중학교, 대학교 동창이었다는 이유로 9년간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어떤 이유로 끌려갔는지 알지 못했다”며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성혜림과 김정일의 관계를 비롯해 김정일의 사생활을 알고 있다는 죄목이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1950년대 후반부터 운영된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현재 6개소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전체 수감자 규모는 약 2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태진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는 “이 시간에도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며 “한국에서는 지금과 같이 많은 기자들이 모이지도 않는다”고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근 정치범수용소와 관련한 책을 발간했는데 우리를 제외하고 작성됐다”며 “(정치범수용소에 대해) 우리의 힘으로 하나하나 알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명칭 변경 문제와 관련, “정부가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라는 명칭을 허락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지난해 9월 법인명을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로 바꾸기 위해 통일부에 명칭 변경 민원을 냈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공식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통일부 관계자로부터 “북한 정권을 자극할 수 있어서 ‘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라는 이름은 부담스럽다”는 답변만 들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