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북한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 현장을 방문했었던 지그프리드 헤커(Siegfried S. Hecker) 전 미국립핵연구소장이 북핵 6자회담국들이 북한의 요구를 모두 들어줘도 북한이 핵신고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커 박사는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경우 핵신고를 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북한이 그렇게 하긴 무척 힘들 것”이라고 29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최근 상원외교위원회에 자신의 방북 보고서를 제출한 헤커 박사는 “북한이 제출할 핵신고서는 상당히 문제의소지가 많을 것”이라며 “북한은 이미 미국에 30kg의 플루토늄을 신고했음을 시사했다. 문제는 이를 검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현 시점에서 어떤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신고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보며, 농축우라늄 핵기술 수출문제의 경우 북한의 해명이 안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 시점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모르겠다”며 “그러나 북측의 의도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북한이 그래도 신고를 안하면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에서 나온 폐연료봉 처리문제와 관련, “현재는 폐연료봉을 빼서 냉각저수지에 옮긴 뒤 금속용기에 보관되고 있다”며 “아직까지 폐연료봉을 북한 이외의 지역으로 반출할지에 대해선 합의가 없는 상태다. 이 문제는 다음단계에서 결정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폐연료봉을 용기에 담아 북한 밖으로 반출하자는 것은 정치적으로 편리할지 몰라도 기술적으로는 잘못된 것”이라며 “5만kg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폐연료봉을 꺼낸 뒤 이를 다시 냉각수조에 옮겼다가 금속용기로 담아 보관하는 것은 작업양도 엄청날 뿐 아니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조치와 감독 아래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뽑아내게 한 뒤 플루토늄만 제3국으로 반출”시키는 방안을 제안한 뒤 “우리 추측으론 8천개 폐연료봉을 추출하면 약12kg의 플루토늄이 나온다. 12kg의 플루토늄을 반출하는 것이 5만kg의 폐연료봉을 반출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고 방사능 노출 위험도 적다”고 말했다.
북한의 우라늄농축 능력에 대해선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지을 만한 자체적이 능력은 없다”며 “원심분리기 시설을 지으려면 북한은 외부로부터 원심분리기 원료를 구입하거나 원심분리기를 직접 구입해야 한다”고 헤커 박사는 밝혔다.
이어 “북한은 우라늄 농축 분야에 자체 기술이 결여돼 있다”며, 그러나 “북한은 과거 일부 장비를 구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내 견해론 북한은 농축우라늄 연구 프로그램을 구입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북-시리아간 핵협력 의혹과 관련, 그는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시리아 시설이 핵시설일 가능성은 있지만 분명하진 않다”면서도 “(시리아가) 이런걸(핵시설) 지으려면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시리아에 핵기술을 제공했을 수 있는 나라로 북한이라는 점이 분명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오랫동안 시리아와 미사일 기술협력을 해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시리아와의 핵기술 협력은 가능하다”며 “그러나 솔직히 말해 현 단계에서 북한과 시리아간의 핵협력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핵기술을 해외에 진짜로 수출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다른 나라에게 핵기술을 협력할 가능성은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의 핵기술자 재교육.재취업 문제에 대해선 “(지난 방북 당시)아직 핵시설 불능화와 핵해체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너무 이라다는 반응이었다”며 “아직 이들은 핵근로자의 재취업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북측은 최종적으로 협상이 타결되면 경수로를 갖고 싶어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나중에 대타협을 하게 되면 북한은 낙후된 원자로 기술을 포기하는 대신에 경수로를 얻으면서 현대적인 원자로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