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환집중제’ 추진…권력 상층부 반발할 것”

북한이 화폐개혁 이후 국가 차원에서 모든 외환을 관리하는 ‘외환집중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오히려 북한 시장 내에서 외화의 가격만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고일동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한경제리뷰에 게재한 ‘북한 화폐교환 및 액면단위 변경의 파급효과와 향후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현재 강력한 외환집중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달러 현상이 만연되어 온 북한에서 과연 이러한 외환 통제가 실제로 효력을 발생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집중제는 국내에 거주하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은행에 의무적으로 매각하거나 예치시키는 제도로, 국가 차원에서 대외적인 지급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보유 외환의 효율적 활용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고 연구원은 우선 “북한이 외환에 대해서는 고강도의 전면적인 통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거나 혹은 그러한 조치의 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면서 “외환은 모두 북한 통화로의 교환을 의무화할 뿐 아니라 외국인 방문객도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지불은 국내 통화로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간 지속된 인플레로 신뢰를 잊어버린 북한의 법적통화는 이번 조치로 인해 그 위상이 더욱 추락되었고, 그만큼 외환에 대한 실질수요는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북한 당국이 강력한 외환집중제를 실시할 경우, 이는 외화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으로 오히려 외환의 시장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에 공급되는 소비재의 절대 다수는 중국에서 수입한 상품으로서 북한 시장가격은 중국의 시장가격에 시장환율을 곱해서 일정한 마진을 가산해 결정되어 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환율의 변동도 바로 시장가격에 이전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고 연구원은 또 이같은 외화사용 금지의 피해대상은 북한의 상층부나 혹은 권력과 결탁해 상당한 재산을 축적한 신흥세력이 될 것이라며 북한 체제의 구심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이들 세력의 강한 반발을 예상했다.


아울러 “만일 정권이 이들과의 적당한 결탁을 통해 실질적으로 경화의 소지나 유통을 눈 감아 줄 경우, 북한 경제의 이중구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때는 주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또한 “일반적으로 화폐개혁은 안정적인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물가가 상당기간 안정됐을 때 소기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데, 최근 북한 경제상황은 물가불안 심리가 이미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 당국이 앞으로 사적시장의 유통기능을 공식부문으로 흡수하지 못 할 경우 북한경제는 과거보다 더욱 심각한 물가 불안에 휩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화폐교환 이후 최근까지 북한 당국의 정책들을 종합해 볼 때 시장활동의 억제에 많은 자원을 투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고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북한은 기존제도에 순응하는 계층에 급여(노동자)나 수매가(농민)의 형태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체제의 이탈을 억제하고 있다”며 “화폐교환 당시 은행예금에 대해서는 100:1이 아닌 10:1의 교환비율을 적용한 점도 체제순응에 대한 보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