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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올 초부터 대중(對中) 무역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이중장부 작성과 국가할당 수입쿼터 개인 판매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일부 북한 무역업자들 사이에서는 개인장부와 국가보고 장부를 2중으로 작성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왔다. 업자들은 국가 생산품목을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중국 사업자와 짜고 계약서에 실제 수출 가격보다 낮게 기록하는 방법으로 큰 돈을 벌어왔다.
또한 당국에서 허가한 품목(광물·해산물 등) 수출입 쿼터를 뇌물을 받고 개인에게 양도해 이익을 챙긴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사실은 북한과 거래를 하는 중국측 사업자들이 사전에 반드시 알아둬야 할 기술(skill)로 통했다.
북중무역을 하는 중국 조선족 사업가 김한철(가명) 씨는 “최근 인민무력부 산하 강성무역회사 소속 강원도 원산의 한 외화벌이 무역일꾼과 함경남도 함흥의 외화벌이 무역 일꾼이 검열에 걸려 처형당했다”면서 “죄목은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착복하는 등 부정부패가 심했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함흥 외화벌이 일꾼은 특히 개인 사업자들에게 돈을 받아먹고 회사 명의와 수출과 수입을 할 수 있는 왁꾸(쿼터)를 빌려 준 것이 발각됐다”면서 “검열 그루빠가 처형된 사람들 집을 들이닥쳐 조사한 결과 금괴와 미 달러가 상당히 많이 나왔고, 일본 돈도 적지 않게 나왔다”고 말했다.
대북지원단체인 ‘좋은벗들’도 지난달 소식지를 통해 “조선릉라 88무역회사 함경북도 연사군 외화벌이 지배인인 오문혁이 연사군에서 풍경 좋은 곳에 개인 별장을 짓고, 벤츠를 자비로 구입한 뒤 장군님(김정일)의 배려라고 하면서 몰고 다니다 적발돼 지난 7월 중순 공개처형 됐다”고 전했다.
‘좋은벗들’은 또 “별장에 매일 젊은 여성들을 불러들여 향락을 즐겼고, 보안서나 보위부 사람들이 별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무역일꾼 단속이 북중무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김 씨는 “식량난 이후 10년 동안 해먹은(착복한) 액수가 너무 컸다”면서 “무역일꾼들의 호화생활이 알려진 만큼 북한 당국이 단속할 때도 됐다”고 말했다.
국내 입국 후에도 단둥(丹東)에서 북한 무역업자를 상대하는 탈북자 임모 씨도 “대중 무역과정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노른자 자리는 오진우 며느리(심양 거주)같은 권력 핵심부의 인척이나 측근들이 맡아왔다”면서 “권력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을 권력 수뇌부도 알면서 어느 정도 눈 감아 줬지만 그 규모가 너무 커지다 보니 단속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