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부지원으로 ‘기독교인’ 영화제작 추진

북한이 외국인 투자를 받아 기독교인의 긍정성을 묘사하는 영화 제작 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기독교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가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뉴질랜드에서 활동중인 국제 NGO의 한 관계자는 17일 “최근 북한 조선영화수출입사(조선영화사)가 뉴질랜드 현지 한 단체의 지원을 받아 영화 ‘백선행’을 제작키로 확정했다”면서 “올해 9월 크랭크 인을 목표로 막바지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초기 제작비는 150만 달러 규모다.   








▲백선행 여사 동상.


영화의 주인공 백선행 여사(1848~1933)는 북한의 교과서 및 김일성의 회고록, 노동신문 등에 언급될 만큼 북한 내부에서 널리 알려진 자선사업가다.


16세때 남편과 사별한 후 평생 수절하며 억척스럽게 재산을 모아 대동강에 ‘백선교’를 세우고, 평양에 3층 규모의 공공회관을 건립했다. 이어 평양 광선학교, 창덕학교에도 토지를 기부했다.


교회 집사였던 백 여사는 미국 선교사 샤무엘 모펫이 세운 ‘평양 장로회 신학교’와 ‘숭실 학교(현 숭실대학교의 전신)’ 설립에 토지와 자본을 희사해 한국 기독교 인재 양성에 큰 기여를 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백 여사는 1925년 전재산을 빈민구제 단체에 기부해 당시 총독부가 표창을 수여하려 했으나, 이를 거절해 지금까지도 북한에서 ‘민족자본가’로 평가 받는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2006년 백 여사의 기념비를 새로 발굴, 김정일의 특별지시에 따라 이 기념비를 ‘백선행기념관’ 구내에 복원시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영화는 제작 후 북한 전역 영화관과 TV에서도 상영한다는 조건을 북측이 수용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북한전역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고, 조선중앙TV에서도 영화를 방영하는 것으로 북측과 합의했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기독교와 기독교인의 긍정성을 알리는 것이 우리가 영화 ‘백선행’에 투자하는 기본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백선행이라는 인물을 ‘좋은 자본가’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2008년부터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제작을 북측과 협의해 왔다”면서 “이번 영화에서는 ‘자선 사업가’로서 백 여사의 모습 뿐 아니라 기독교 신자로서의 백 여사의 모습을 충분히 담아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조선영화사 최혁우 사장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7차례의  내용 수정이 있었다. 시나리오에는 “내(가) 오늘 하나님 앞에서 속죄를 했다” “내(가) 저만 잘살겠다구 지내 욕심을 부렸던게 제일 죄스럽더라” 등 기독교적 시각을 그대로 나타내는 장면과 대사가 다수 포함됐다. 


이 관계자는 “장면하나, 대사 하나 바꾸는데도 북측과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면서 “기독교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한 제작비 지원이 불가함을 집요하게 고집한 끝에 북측 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백선행’ 제작을 놓고 현재 북한 내부 외화사정이 그만큼 절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관계자 역시 “현재 북한 내부의 자금사정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안다. 북한의 경제난이 이번 계약이 체결되는데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 여사가 초기 한국 기독교 인재양성에 기여가 지대한만큼 이번 영화제작에 기독교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대북지원 사업이 식료품이나 생필품 지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접근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영화사는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산하 문화예술부에 소속된 단위로 북한내 영화 수출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당 선전선동부 차원에서 ‘외화벌이’에 대한 압박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단위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