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성 담화 6자회담 복귀 관련없다

▲ 이번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美-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이 나도는 가운데 26일 북한 외무성이 “미국의 금융제재 압력에 대해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를 다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무성은 또 “2005년 9월19일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핵계획 포기를, 미국은 평화공존을 공약했고 이 합의가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며 “다만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회담에 나갈 수 없게 금융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장애”라고 덧붙였다.

이날 외무성 담화는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과 김정일의 방중 계획설이 나오는 시점에서 발표됐다는 점에서 꽤 주목되고 있다.

외무성 담화중 새롭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은 “9.19 공동성명이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는 언급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한 수순을 밟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외무성 담화라는 공식 담론에서 9.19공동성명 이행이 이득이라고 밝힌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북한도 나름대로 현재의 국면을 대화를 통해 풀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본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성급하다. “6자회담을 더하고 싶다”는 언급보다 뒤에 붙은 “다만 미국이 회담에 나갈 수 없게 금융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장애”라는 조건에 더 무게가 실린다. 즉 미국이 금융제재를 풀어주어야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先금융제재 해제 後6자회담 복귀’라는 지금까지의 주장에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외무성 담화를 북한의 ‘진전된 태도’로 보는 것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사항’에 근거한 것일 뿐이다.

또 이번 담화에서 북한이 금융제재를 여전히 ‘정치적 문제’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 됐다.

외무성 담화는 “금융제재 해제는 동결된 얼마간의 자금을 되찾는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6자회담은 물론 9.19공동성명 이행과 직결된 정치적 문제”라며 “미국의 대조선 정책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척도”라고 말했다. 즉 금융제재는 정치외교적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해부터 금융제재는 북한의 불법행위에 따른 ‘법적’문제인 만큼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결국 지금까지의 미-북간 ‘평행선 상황’에 변화를 주는 담화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번 외무성 담화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발표 목적과 시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같다.

김정일은 中-美 동시 압박

최근 김정일이 이달 말이나 9월초에 방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이 방중하면 금융제재 문제와 중국의 경제지원을 거론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즉 김정일은 ‘금융제재 문제는 정치적 문제’인 만큼 중국이 한번더 앞장서서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고 경제지원도 얻어내고 싶은 것이다. 반면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핵실험 금지가 최대 현안이다.

이렇게 볼 경우, 김정일은 이번 외무성 담화를 통해 핵실험을 연상케 하는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를 다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금융제재가 해제되면 6자회담에 나갈 수 있으니 중국은 금융제재 해제에 적극적으로 행동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번 외무성 담화는 1차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며, 그 다음 미국,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핵실험 협박’과 동시에 ‘미국의 금융제재만 풀리면 9.19 프로세스가 잘 진행될 수 있으니 금융제재를 푸는 데 남조선도 열심히 한번 뛰어봐라’는 뉘앙스가 깔려 있고. 미국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은 불변’이라는 사실을 시위한 것이다.

다만, 김정일의 방중계획설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외무성 담화가 나온 데는 중국에게 북한의 입장을 못박아 두고 싶어하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즉 금융제재 해제를 위해 중국이 열심히 뛰어주기를 촉구하고 만약 중국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우리는 핵실험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자국 은행의 북한계좌를 조사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의 금융제재 해제 요구를 미국이 수락하도록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담화중 핵심 대목은 역시 “미국의 금융제재 압력에 대해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를 다 강구해 나갈 것”이라는 언급이다. 7월 5일 미사일 발사후 북한의 벼랑끝 전술로 남아있는 선택은 ‘핵실험’이 일단은 유력해보인다. 북한은 98년 파키스탄에서 기술적 차원의 핵실험은 이미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정치외교적, 군사적 목적의 실험이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현 동북아 안보구도에 심각한 변화가 초래된다. 동북아 안보의 ‘현상태 유지’를 중요시하는 중국으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 괴로울 뿐이다. 중국의 이러한 ‘약점’을 지금 김정일이 물고늘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김정일은 실제로 핵실험을 한 뒤에 6자회담에 ‘당당히’ 복귀하여 ‘핵 보유국 지위에서의 북핵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 초기에 이미 ‘핵보유국으로서의 대우’를 요구한 적도 있다.

물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일각에서 ‘6자회담 효력상실론’이 대두될 수 있겠지만, 어차피 6자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까지를 포괄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6자 틀’ 자체가 깨지기는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장 궁금한 대목은 지금 중-북간에 대체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중-북 간의 대화를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알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미국이 중-북 간 대화를 알아내고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방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DJ-노무현 정부 이후 한미관계가 틀어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되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시점에 가장 무능한 정권이 나라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손광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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