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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무역이 활성화 되면서 신의주와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국어·영어 열풍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전이 인기가 높아 시중가의 두 배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단둥(丹東)시 개발구에서 북한 상인들과 파견원들을 주 고객으로 영업중인 ‘백두산 상점’은 한국 민중서림 출판사가 제작한 ‘엣센스 한영사전’을 중국 화폐로 420위안에 팔고 있다.
한국 사전들은 대개 북한 중상층에서 직접 주문하면 무역상이 이를 중간에서 구매해주고 이윤을 남기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북한 현지에서는 앞서 말한 한영사전 한 권에 북한 돈 21만원(한화 약 7만 6천원)을 호가한다.
백두산 상점 주인은 “한국 사전 중에도 민중서림 출판사에서 만든 엣센스 한영사전 2005년 특장판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중국 사전보다 가격이 두 세 배 비싸지만 보기 좋으니까 북한 사람들이 꽤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전은 북한 사람들이 봐도 공부하기에 쉽게 돼 있어 인기가 좋다. 자식 공부시키려는 상류층 부모들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단둥에서 북-중 무역에 종사하는 북한인 박명철(가명) 씨도 “최근 평양과 신의주를 중심으로 영어와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풍이 부는 것은 몇 년 사이 활발해진 북-중 무역과 중국기업들의 북한 투자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고 박 씨는 분석했다. 외국과 무역을 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는 외국어가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또한 컴퓨터 보급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컴퓨터 용어가 영어로 돼있어 영어를 배워야 컴퓨터를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박 씨는 “과거에는 남조선 서적을 보면 큰 일이 났지만, 지금은 공부하는 데 쓰는 사전 같은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박 씨에 따르면 현재 평양과 신의주에 북-중 합작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인들 상당수가 통역으로 북한인을 채용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직접 중국인을 통역으로 데려올 경우 입국에서 체류비용까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서류 준비도 까다로워 현지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통역을 데리고 나올 경우 1일 300위안(한화 4만원)의 호텔 숙박비와 별도의 식대를 지불해야 한다.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어에 능한 북한 젊은이들이 중국 사업가의 통역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통역으로 채용되면 실제 받는 월급보다 각종 옷과 음식, 용돈 등 부수입이 더 많다고 박 씨는 전했다.
지금 북한 상류층에서는 한영사전과 과외교사를 구해 자식 교육을 시키는 데 여념이 없다고 한다. 북한 대도시에서 외국어 열풍이 불고 한국 사전이 인기를 끄는 것은 북한의 개방을 희망하는 주민들의 자연스런 욕구가 분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