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왜 이 시점에 6자회담 복귀 합의했을까?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면이 갑자기 바뀌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중국,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6자 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31일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중국의 건의로 중·북·미 3국의 6자 회담 대표가 베이징에서 비공식 회담을 갖고, 6자 회담 참가국이 편리하고 빠른 시일 내에 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또 “3국 수석대표들은 6자회담을 계속 추진하는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하여 AFP 통신은 크리스토퍼 힐 미 차관보가 “북한이 회담과 관련, 아무런 조건도 걸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힐 차관보는 “어떤 국가도 회담 재개에 조건을 달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힐 차관보는 “6자 회담이 11월, 혹은 12월에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며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핵무기의 폐기를 주 내용으로 한 작년 9월의 6자 회담 합의를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의 표현은 포괄적이다. 미 중 북이 6자회담을 참가국이 편리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하기로 합의(agree)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 뒷문장인 ‘6자회담을 계속 추진하는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있게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은 부차적이다.

간단한 의문부터 정리하자.

첫째, 한 일 러가 빠지고 미 중 북이 회담을 재개키로 합의한 것은 이상할 게 없다. 회담의 형식 면에서 중국은 의장국이고, 지난해 11월 제5차 회담 이후부터 회담장에 안 돌아온 북한은 이번에 회담에 복귀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고, 미국은 여기에 동의한 것이다. 6자회담 재개의 형식에서는 이상이 없다. 한 일 러에게는 중국이 이 사실을 전해주면 된다.

둘째,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힐 차관보의 언급을 살필 필요가 있다. 힐은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핵무기의 폐기를 주내용으로 한 작년 9월의 6자회담 합의를 다시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관련 6국은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에 합의했고, 북한 핵폐기의 프로세스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를 북에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남한은 핵포기 프로세스에 따라 200만kw의 전기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프로세스 문제는 부차적이다. 북한은 10월 9일 이미 핵실험을 했다. 따라서 지난해 9월과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9.19 성명에서 북핵 폐기 대상을 ‘핵무기 및 관련 프로그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해도 당연히 ‘보유 핵무기’도 폐기대상에 포함되긴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명백히 상황이 바뀌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둘러싼 해석의 문제다. 이 표현을 북한은 한반도 비핵지대화(nuclear freezone)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유사시 미국의 전술 핵무기도 한반도에 들여올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핵우산을 무력화 시키는 개념까지 포함돼 있는 것이다. 또 미군의 한반도 철수와 한미동맹 파기 개념까지 포함돼 있다.

따라서 북한이 9.19 공동성명을 先이행(북핵폐기 절차로 가는 先행동)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회담이 재개돼도 지난해 9.19 이후 진행된 先경수로 제공 주장처럼 ‘先회담의제 선정’ 주장이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힐 차관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북한이 그동안 6자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내세워 온 ‘先 금융제재 해제’를 이번에 철회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국가도 조건을 달지 않았다’는 말의 핵심은 북한이 先금융제재 해제 조건을 달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인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 금융제재 및 유엔제재 때문에 북한이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생각은 아마추어적이다. 북한은 이미 핵실험국이 됐다. 주변국이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든 말든 핵무기를 가진 것이 객관화 된 것이다.

따라서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한은 ‘이제부터 핵보유국(북) 대 핵보유국(미)으로서 군축회담과 조선반도 비핵화를 정식으로 논의하자’고 나올 수 있다. 이 주장은 6자회담 초기에 이미 나온 바 있다. 따라서 어차피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돌고 도는 말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핵실험을 한 국가가 자진해서 자국의 핵폐기를 의제로 하는 회담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그보다 지금 북한에게 중요한 문제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따른 손실을 벌충할 수 있는 ‘대체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 ‘대체재’가 무엇일까.

31일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중 교역이 정상적”이며 “대북지원 지원정책에 변화 없다”고 밝혔다. 이 말은 북-중간 경제지원 문제에 대화가 오갔고, 일정부분 중국이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될 수 있다.

한편, 미국도 11월 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라크 문제, 이란 핵문제 때문에 어려운 만큼 일단 북핵문제는 ‘대화’로 푸는 국면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6자회담이라는 말로 싸우는 링으로 컴백한 것을 두고 ‘북핵의 평화적 해결’로 선전할 노무현 정부와 DJ를 비롯한 정치꾼들이 이 문제를 남북간 ‘한반도 평화쇼’ 등 국내용으로 활용하면서 다음 대선까지 좋은 소재로 활용할 시나리오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북한이 NPT에 복귀하여 핵사찰을 받아들이고 핵폐기 과정으로 가는 ‘행동’을 보기 전까지는 어떤 말도 ‘정치 쇼’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 대선을 1년여 앞둔 지금 이 시점이 참 묘하다.

데일리NK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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