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왜 또다시 ‘자력갱생’ 들고 나오나?

▲ ‘자력갱생 혁명정신’ 강조하는 선전구호

3월 27일자 노동신문은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더 큰 비약을 일으켜 나가자’는 제하의 사설을 싣고 전체 당원들과 주민들에게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당면한 경제난국을 타개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또 자력갱생 외에 다른 ‘묘술’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력갱생’은 주민들에게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지만, 개혁개방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하자’는 이야기다. 북한당국이 늘 해온 구호이지만 최근에 와서 왜 부쩍 강조하는 것일까?

◆ 요약

– 우리식 사회주의의 승리적 전진을 가로막으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은 날로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 조건이 어렵고 난관이 클수록 우리는 제 힘을 믿고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 생산과 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최대한의 실리를 보장하는 원칙에서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우리식 사회주의의 일대 전성기를 펼쳐나가기 위하여서는 각급 당 조직들이 조직정치사업을 혁명적으로 짜고 들어야 한다.

◆ 해설

북한이 또 ‘자력갱생’ 구호를 들고 나온 이유는 마약밀매와 위폐제조와 관련, 대북제재의 고삐를 바싹 조이고 있는 미국의 행보와 때를 맞춘 것이다.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이란 김일성이 빨치산 시절 후방지원이 없는 산속에서 자체로 무기를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당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자력갱생의 구호는 이후에 ‘없는 것은 만들어내고, 모자라는 것은 찾아낸다’는 구호로 강조됐다.

북한은 자력갱생이 자립적 민족경제의 기반을 닦은 초석이라고 역설해왔다.

‘자력갱생’은 근 50년 동안 어려운 고비마다 북한이 내건 구호다. 50년대 소련의 경제원조가 끊이자, 강선제강소의 ‘천리마 봉화’를 분수령으로 천리마 대고조 운동을 벌였다. 60년대와 70~80년대에는 주변정세가 바뀔 때마다 주민들을 자력갱생으로 내몰았다.

노동신문이 올해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력갱생 외에 다른 ‘묘술’이 없다고 강조한 것도 북한당국이 여전히 ‘자력갱생’이 통치에 효용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력갱생 구호는 경제건설이 아니라 사실상 정치선전용 캠페인에 불과하다. 구호 내용도 정세에 따라 자주 바뀌었다. 50년대는 ‘강선의 정신, 천리마의 정신’, 80년대는 ‘낙원의 정신’, 90년대는 ‘안변청년발전소 혁명적 군인정신’, 이번 구호는 ‘선군혁명 총진군’이다.

허울만 남은 자력갱생, 분위기 반전이 목표

북한이 자력갱생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신문 사설에서 “오늘의 자력갱생은 현대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으로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공장, 과학설비 등 북한의 경제 인프라는 자체 회복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이 대안유리공장 건설을 전폭 지원해준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자력갱생’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갈라볼 수 있다. △ 첫째는 주공전선인 농사에 주력해야 한다 △ 두번째는 반미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봉쇄 때문에 어렵게 산다는 인식을 불어 넣고 주민들의 反김정일, 反정부 감정을 반미감정으로 희석시키려는 정치 캠페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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