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군사용으로 개발한 핵을 민간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핵 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Siegfried Hecker) 박사는 엘리엇 서빈(ELLIOT A. SERBIN), 로버트 칼린(ROBERT L. CARLIN)과 공동으로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규모와 폐쇄적 성격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의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며 “협력적인 (군사적 핵 프로그램의 민간용) 전환은 검증 가능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를 위한 최상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기보다는 민간용으로 군사적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전환하도록 돕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도 핵 프로그램을 민간용으로 전환하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과거에 (민간 핵) 프로그램들이 미국이 인정하거나 보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주권적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민간 (핵) 프로그램의 유지를 거의 확실히 주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해커 박사는 “한국과 일본 모두 민간 핵과 우주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북한에 이것은 (핵) 폭탄 대신에 주민들에게 원자력과 핵의학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며 “(북한은) 미사일 대신 기상 예측과 자연재해 구호를 위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평화적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한, 해커 박사는 “미국과 한국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북한의 작은 실험용 경수로 건설을 끝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며 “비록 이러한 종류의 시나리오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지만, 지난 6개월 동안 남북한 간의 화해는 그러한 협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북한은 먼저 기존 핵무기와 군사적 핵 프로그램을 중단, 점진적으로 철폐, 제거하는 데 동의해야 할 것이다”며 “북한이 핵폭탄과 미사일을 생산하는 능력을 점진적 제거하는 것에 따라, 미국과 한국은 북한을 민간차원의 개혁을 지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시간표’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26~29일 한·중·일 아시아 순방을 앞둔 제임스 매티스(James Mattis) 미 국방장관이 ‘우리가 생각하는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 방법을 구체적인 요구 사항과 함께 시간표로 북한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미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2개월이든 6개월이든 그것에 대해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북미정상이 제시한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미 양국 사이에 40년간 긴장 관계가 이어졌으며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전날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과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