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올해 풍년” 정말 믿어도 될까?

▲ 벼가을을 하고 있는 북한 협동 농민들

최근 북한이 국제지원기구의 구호지원에서 ‘개발지원’으로의 전환을 요구한 데 대해 중국에서 만난 북한 무역일꾼들은 “북한에 올농사가 풍년이기 때문”이라는 반응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10일 중국 단둥(丹東)에 나온 북한 무역업자 강영만(가명)씨는 “올해 농사작황이 좋다. 20년만에 처음”이라며 “남한에서 보내준 비료가 은을 냈다(효과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알곡생산 통계는 대략 8월 중순에 이루어진다. 8월이 되면 이삭이 여무는 시기이며 농업성과 양정총국에서 파견된 양곡 감독원들이 현지에 나가 농사작황을 보고 예산량 책정이 마감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7~8월 장마로 인한 자연이변(異變)의 영향이 거의 없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강씨의 증언에 따르면 남한에서 지원한 50만 톤의 비료지원에 힘입어 올해 북한농사가 예년보다 나아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2003-2004년 북한의 알곡생산량은 415만 6천톤(WFP자료)으로 부족량은 89만 톤에 정도다. 북한은 농업성과 양정총국에서 책정한 양곡 총생산량 중 2호 관리부(군량미를 비축하는 부서)에서 책정한 군량미를 뺀 나머지를 주민들에게 공급해왔다.

그러면 북한이 진짜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을 배제할 만큼 알곡 증산이 되었을까?

올해 5월 WFP 리처드 레이건 평양사무소장은 국제사회의 긴급 대북 식량공급이 없을 경우 심각한 대아사를 낳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남한 50만 톤, 미국 5만 톤, 중국15만 톤, 국제사회 10만 톤의 식량이 북한으로 지원되었다.

국제사회 감시, 지금은 체제결속에 불리

북한은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을 받아오면서 실시된 WFP요원들의 모니터링 감시에 대해 내정간섭으로 몹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북한의 곳곳을 누비는 WFP사찰요원들의 감시는 단지 식량배분의 투명성 문제에 머물지 않고 폐쇄적인 체제의 이면을 노출시키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이러한 ‘불이익’을 감내하면서까지 국제사회의 긴급 식량지원을 받아들인 것은 식량난 해소와 체제붕괴를 막으려는 데 있었다. 굶주림을 피해 중국과 해외로 탈출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대아사도 “손톱 곪는 줄 알면서 염통 곪는 줄 모른다”고 국가위신을 차리다가 체제붕괴의 위기까지 몰렸던 것이다. 당시 북한이 ‘체면’을 버리고 국제사회에 신속하게 식량지원을 요청했더라면 피해를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북한주민들의 중론이다.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식량지원은 북한주민들에게 ‘사회주의 우월성’으로부터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자기들의 선전이 겉과 속이 다른 거짓선전이었음을 자초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오래 지속되고, 국제사회의 감시가 계속될수록 북한주민들은 민생에 무책임한 정권을 불신하고, 협동적 농업경리에 대한 불신만 커진다. 때문에 북한당국은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을 차단하고 주민들에게 김정일을 중심으로 하는 체제결속을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꾼들의 거짓보고가 문제될 수 있어

올해 농사가 과연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없어도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양이 확보되었는가 하는 점이 가장 큰 의문이다.

북한관리들이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것은 이미 관례가 되었다. 90년대 중반의 대아사도 중앙에는 허위보고를 하고, 주민들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구하는 북한관리들이 빚은 악재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었다.

만약 ‘올 농사가 풍년’이라는 주장이 아래 일꾼들의 허위보고로 판명되고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중단될 경우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또 돌아가게 된다. 국제지원기구의 식량지원을 북한당국이 갑작스럽게 거부하는 배경이 ‘걱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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