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에서 동해로 오징어 조업에 나선 북한 어선 가운데 올해만 30여 척이 침몰 등의 원인으로 미귀환했으며 사상자만 1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오징어잡이 어선의 침몰 및 표류 사고로 매년 100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입어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올해 동해바다로 오징어잡이에 나선 배 가운데 30여 척의 소형 어선이 침몰해 선원 12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함경남북도 해안 경비를 담당하는 ’27여단 선박초소’가 집계한 2012년 실종선박통계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북한은 어선들이 출항하기 전 해당 초소에 선박 및 선원들의 출항등록을 의무화 하고 있다. 출항 신고는 했지만 귀항 신고를 하지 않은 배는 사고 선박으로 분류된다.
북한에서는 함경남북도 동해안이 오징어잡이가 가능한데 어랑군 어대진(漁大津) 앞바다가 특히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 최근 들어 사고 선박이 급증하는 이유는 중국 선박들의 싹쓸이 조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에서 선박회사를 운영하던 장금천은 2007년부터 어선(200마력 이상) 수십 척을 이 지역에 진출시켜 쌍끌이 그물을 동원해 오징어 조업을 하고 있다. 장 씨는 김일성과 함께 항일무장투쟁을 하면서 목숨을 잃은 장울화의 아들로 김정일에게 직접 허락을 받고 동해 오징어 조업에 뛰어들었다. 북한은 장울화를 항일운동 시절 김일성의 생명의 은인으로 소개하며 칭송하고 있다.
기존에 함경남북도 연안(10마일 이내)에서 오징어 조업을 하던 이 곳 선박들은 중국 어선 진출로 어획량이 급감하자 30∼40마일 공해까지 나가 조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강풍이나 높은 파도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
소식통은 “북한 오징어잡이 배들은 대부분 6∼8마력의 전마선 수준에 불과해 바람이 강하게 불고 파도가 높을 때면 쉽게 선체가 기울어 물이 차 침몰하고 있다”면서 “일기예보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도 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소형 라디오 보유 자체가 금지돼 있고, 일부 가정에서 보유한 전축형 라디오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제 때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국에서는 태풍 등으로 인한 기상 경보가 발생되지 않는 한 날씨에 따른 조업 제한 조치는 거의 내리지 않는다.
소형 어선에 4, 5명이 조를 이뤄 야간 조업을 하다가 침몰이나 조난 위기에 처해도 통신수단(핸드폰, 라디오)이 마땅치 않아 구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일본 니이가타 현 사도 섬 해안에서 5구의 시신이 실린 북한 어선이 발견되고, 이달 12일에는 일본 시마네 현 해상에서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고 있던 4명의 북한 어민과 어선이 구조된 바 있다. 우리 해경도 13일 울릉도 근해에서 표류 중인 북한 어민 3명을 구조해 이들의 의사에 따라 북한에 송환한 바 있다.
소식통은 “해마다 6월 중순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 오징어잡이 철인데 어민들이 이 시기에 목숨을 걸고 조업에 나선다”면서 “굶어 죽지 않으려면 황천(黃泉) 바다라도 나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좋은 어역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업 경쟁은 식량난 이후에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
함경남도 출신 탈북자 김민철(가명·55) 씨는 “남편이나 자식이 바다로 나간 가족들은 이른 새벽부터 부둣가에 진을 치고 배가 돌아기를 기다린다”면서 “귀환하지 않은 배는 한 달 정도 기다리지만 이후에도 소식이 없으면 장례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사고 대책을 요구해도 북한 정부는 ‘본인의 운명’이라는 식으로 묵살해 버린다고 한다. 김 씨는 “북한은 여기(한국)와 백성들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천지차이”라면서 “주민들이 아우성을 해도 관리들은 ‘내가 떠밀어서 바다로 나갔는가’라는 반응을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