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바마 행정부에 첫 공식 메시지

북한이 오는 20일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첫 공식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3일 담화를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와 비핵화간 논리적 선후관계와 검증문제 등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포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집권 후 대북정책 재검토에 들어갈 오바마 행정부에 자신들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담화의 내용을 보면, 그동안 오바마측이 밝혀온 대북 정책과 핵확산 방지 정책 등에 대해 공부가 잘된 것 같다”며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 새 행정부가 이를 감안한 정책을 내놓기를 희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당일 방미한 리근 외무성 미국 국장이 오바마 당선인측의 대북 구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던 만큼 이를 분석하고 내놓은 대답 성격도 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와 비핵화간 관계에 대해 북미관계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시간적 선후관계에 대한 주장도 내포한 것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핵위협 때문에 자신들도 핵개발에 나섰다는 북한측 논리의 귀결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담화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해야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거꾸로 된 논리”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러한 논리는 북한의 핵위협이 제거돼야 보상으로 북미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부시 행정부의 시간적 선후관계에 대한 입장과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 출범할 오바마 행정부측에선 북한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과감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펼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포괄적일 일괄타결론도 나오고 있어 접점이 찾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는 “오바마 행정부는 향후 북한과 협상에서 기존의 6자회담을 넘어 고위급이 관여하는 양자대화로 폭을 넓힐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기 위한 움직임이 예상된다”며 조기에 평양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북미간 대사급 수교는 비핵화의 최종단계에서 가능하겠지만, 협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평양과 워싱턴에 이익대표부 또는 외교대표부를 설치하고 양자간 의견교환을 가속한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2007년 5월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뉴욕에서 열린 북미관계정상회 실무그룹회의에서 미국측의 연락사무소 제안을 거부하고 보다 높은 급의 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은 미국과 일정한 외교적 관계를 맺고 핵문제를 풀어가기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외교대표부 등의 설치를 통해 특히 비핵화 이전이라도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등의 문제를 협의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얀마와 수교하려 했으나 의회의 반대가 거세자 의회 동의가 필요없는 외교대표부를 설치하는 쪽으로 선회,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도 동일한 메커니즘이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이 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거듭 관계정상화 우선 원칙을 강조하는 가운데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도 자신들의 비핵화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북미관계 정상화없이 “적대관계를 그대로 두고 핵문제를 풀려면 모든 핵보유국들이 모여앉아 동시에 핵군축을 실현하는 길 밖에 없다”고 담화를 맺은 것은 미국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서로 핵보유국 입장에서 비핵화 협상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한 해법을 거듭 촉구하는 의미로 보인다.

현안인 검증문제에 대해 담화는 그동안 밝혀온 원칙을 고수하면서 이를 더욱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담화는 우선 검증을 비핵화의 최종단계에 해야 하며, 남북한 동시사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남한에 대한 동시사찰의 범주를 ▲미국 핵무기의 남한 반입 및 배치, 철수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유로운’ 현장 접근 ▲핵무기의 재반입 및 통과 여부를 정상적으로 사찰할 수 있는 검증절차의 마련이라고 명시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담화는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비핵화와 관계정상화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