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바마 정부와 ‘핵협상’ 다시 할것”

북한의 영변 핵 시설 불능화 작업이 경제·에너지 지원 지연에 따른 불능화 속도가 늦어져 미국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는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북한이 ‘검증’의 최대관건인 ‘핵시료채취’도 불능화 단계가 아닌 핵포기 단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재개될 6자회담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15일 일본 요미우신문은 미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북핵 불능화와 에너지 원조 지연으로 두 번째 국면을 맞은 북핵 불능화 작업이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한 진전이 있기 전까지 일본이 에너지 원조를 거부한 것과 관련 “미국과 러시아가 일본의 원조분을 책임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예산 배정은 차기 정부의 선택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내년 2월 오바마 행정부가 예산 논의를 마치기 전까지는 에너지 원조가 힘들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북한은 1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시설 폐쇄 검증은 모든 에너지 원조가 이루어진 후에나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15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시료채취는 핵시설 불능화 단계가 아닌 핵포기 단계에서나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신보는 이어 “플루토늄에 대한 시료채취로 조선(북)이 추진한 핵계획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단서를 확보하는 시점이라면 마땅히 미국을 포함한 5자도 그에 상응한 행동조치를 취하고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아직은 비핵화 노정이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금의 불능화 단계에서는 지난달 1∼3일 미북간에 문서로 합의된 ▲현장방문 ▲문건확인 ▲인터뷰 등에 의한 검증만 가능하고 시료채취는 핵포기를 논의하며 북미관계가 더욱 진전된 이후에야 상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북측의 입장은 추후 열리게 될 6자회담에서 채택될 검증의정서에도 시료채취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핵포기 단계를 최대한 잘게 자르고 각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해 핵포기 기간은 최대한 늘리고 보상은 극대화한다는 이른바 ‘살라미전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초 내년 1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까지 비핵화 2단계(불능화)를 대부분 마무리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으나 최근의 상황으로 볼 때 일정상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오바바 행정부 역시 ‘시료채취에 의한 검증’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한다 해도 단시간 내 핵협상이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역시 ‘성과를 기대할 수 없으면 회담을 열 수 없다’는 자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6자회담의 연내 개최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속도를 내서 불능화를 완료할 이유가 없다”며 “이미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를 받은 상황에서 미국 부시 행정부와 더 이상 논의할 것이 없다. 결국 차기 정권이 등장할 때까지 최대한 ‘시간끌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지금 북핵협상은 북한이 조절하는 단계”라면서 “북한이 불능화 속도를 늦출 경우 6자회담 관련국들의 에너지 지원도 늦춰질 것이고, 그러면 북한의 불능화 조치도 더 늦춰지는 ‘악순환’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시료채취’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은 불능화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가 정치적 성과에 집착함에 따라 결국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연구위원은 “북핵 6자회담 역시 올해 내 개최 가능성도 낮다”며 “북한은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불능화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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