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늘까진 좋았는데…” 쌀 차관 충돌 예고장?

제 21차 남북장관급회담 사흘째인 31일 북측은 남측에 ‘쌀 40만t 제공’에 대한 약속 이행을 본격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은 30일 오후 2시 30분부터 약 30분가량 진행된 수석대표 접촉에서 “쌀 차관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본격적인 요구를 앞두고 탐색전을 벌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남식 통일부 홍보관리관도 “쌍방이 (1차 전체회의) 기조발언을 한 것에 대해 보충·부연설명이 있었다”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 협의된 것은 없고 실무접촉 등을 통해 이런 부분을 협의해 나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30일 저녁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북한 내각참사 등 남북 대표단이 참석한 공동석식 자리에서는 31일부터 ‘쌀 차관’ 제공 문제로 인한 충돌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이 오고갔다.

권 단장은 이 자리에서 “참관도 좋았고 식사까지 오늘까진 좋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리자, 이 장관이 권 단장의 손을 꼭 잡으며 “아니, 오늘까지가 아니지, 오늘도 좋고 내일도 좋고 그렇게…”라고 말했다.

이에 권 단장은 “모레도 좋고 영원히 더 좋으면 이상적인데…”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회담장 안팎에선 “북측이 회담 이틀 동안 남측 분위기를 엿보며 쌀 차관 문제를 본격 제기하지 않은 것은 회담 막판 협상을 주도하기 위한 계획된 전략이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남북은 지난 달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식량차관 제공합의서를 채택할 때 남측이 5월말에 쌀을 실은 첫 배를 띄우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북측의 북핵 2.13 합의 이행이 지연되자 이와 연계해 쌀 차관 제공 유보 방침을 정했다.

북측이 쌀 차관 제공을 강하게 요구해 올 경우 우리측은 북측과 합의한 대로 쌀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지만,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논리로 설득한다는 전략이다. 이 장관도 회담 전 “‘안 준다’ ‘못 준다’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상황에 따라 단지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쌀 차관 제공 문제가 잘 풀릴 경우 우리 측은 1차 전체회의에서 제기한 남북 국책연구기관 공동회의와 국방장관회담, 경제협력 분야에 대한 본격 협의에 돌입할 계획이다.

우리 측에서 제기한 국책연구기관 간 공동회의의 경우 핵심 의제로 ‘평화정착’과 ‘민족 경제공동체’로 설정했다. 이는 남측의 주요 관심사인 ‘평화정착’과 북측의 관심사인 ‘경제협력’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룸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겠다는 의도로 엿보인다.

아울러 6자회담에서 북미 관계정상화,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이 가동되면서 앞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 남북도 이와 유사한 실무그룹을 만들어 관계정상화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어 보인다.

북측의 경우 전체회의 기본발언에서 2000년 6.15정상회담 이후 6.15공동선언 정신을 바탕으로 지난 7년간 남북관계가 많은 진전 있었다고 그동안의 남북관계를 평가했다. 또, 민족문제 해결에 외세 압력 배제해야 하고 남아 있는 냉전구태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5년 제17차 회담 때부터 줄곧 제기해 온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나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당장의 조치를 기대하기보다는 지속적인 의제화 노력에 따라 제기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편, 남북 대표단은 회담 사흘째인 31일 본격적인 공동보도문 조율 작업에 들어간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후 참관일정을 취소하고 공식 일정 없이 수석대표 접촉과 대표 접촉 등을 갖고 이견 조율에 집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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