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화 ‘한 여학생의 일기’ 여론몰이

북한이 최근 새로 나온 영화 ‘한 여학생의 일기’에 대한 여론 몰이에 총력전을 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 평양방송, 조선중앙방송, 중앙TV, 노동신문 등 북한의 주요 언론매체는 매일 1회 이상 이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영화의 관람객 수가 매일 수만 명에 이르고 ‘보고 또 본’ 주민도 많다며 연일 시청 소감을 내보내는가 하면, 10일에는 강능수 문화상과 변영립 국가과학원장 등 고위 간부들이 중앙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이 영화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북한이 이 영화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영화 제작에 깊이 관여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전선부대 시찰 중에서도 이 영화를 거듭 다듬어 시대의 명작으로 완성시켰다”며 김 위원장이 스토리와 편집, 촬영 등을 통해 매개 장면을 구체적으로 지도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사례로 김 위원장의 아이디어로 주인공 여학생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공급된 집을 다른 과학자에게 넘기는 스토리가 들어감으로써 극적 효과는 더욱 커졌으며,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하모니카를 이용한 음악을 넣고 중요한 심리적 계기들에는 바이올린을 이용한 음악을 쓰도록 했다는 것.

중앙통신은 “이 영화는 김정일 동지의 주체적인 미학사상이 구현된 작품이고 우리식의 새로운 형상수법을 대담하게 창조 도입한 본보기 영화”라고 강조했다.

사실 김정일 위원장은 고(故)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선정되기 전부터 영화 등 문예물 제작을 직접 지도했으나 권력을 확실히 장악한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시리즈물인 영화 ‘민족과 운명’을 제외하고는 주요 영화를 평가하는데 그쳤다.

이 영화가 ‘정사에 바쁜’ 김정일 위원장이 오랜만에 직접 지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대대적인 선전을 할 만도 하다.

아울러 이 영화에 대한 여론 몰이는 영화의 주제가 신세대에 대한 사상교육을 겨냥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영화는 신세대인 한 여학생이 가정의 안락과 부귀영화도 마다한 채 오로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과학연구에 몰두하는 기성세대인 부모의 모습을 통해 한때의 야속함과 오해를 털어버리고 부모처럼 ‘참된 삶’을 살아갈 결심을 다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앙통신은 “많은 관람자들은 자식에게 물려줄 가장 큰 재산이 그 어떤 명예나 값진 재물이 아니라 장군님을 받드는 깨끗한 양심, 조국의 부강번영에 혼신의 땀을 바칠 줄 아는 혁명의 전 세대들의 참된 넋이라는 것을 다시금 깊이 깨달았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은 세대교체가 불가피한데다 미국의 대북 압박과 심리전, 경제난 타개를 위한 부분적 개혁의 추진 속에서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신세대에 대한 사상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물질만능주의와 실리주의적 사고를 가진 신세대들이 체제와 이념에 충실했던 기성세대를 본받도록 하려고 새해 벽두부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북한당국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세대교체로 인한 부작용의 고민을 덜어주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인 셈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