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 원자로 폐기 의사 밝혔나

북한이 지난주 베이징(北京)에서 진행된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영변 5㎿ 원자로 가동중단과 사찰단 수용 의사를 밝혔는 지를 둘러싸고 엇갈린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지난 25일 중국을 방문 중인 고노 요헤이 일본 중의원 의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6자회담에서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할 경우 영변 핵시설을 폐기(abandon)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탕 위원은 북한의 이런 발언을 ‘양보의사’로 규정하면서 “유감스럽게도 (6자회담에서) 미국과 북한간의 상호불신 때문에 기대했던 중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측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앞서 국내 한 일간지는 지난 23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김 부상을 만나 탕 위원이 전한 내용과 뉘앙스가 아주 다른 내용을 전했다.

김 부상은 이 언론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하면 핵 활동을 동결하는 게 아니라 핵 동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변 원자로의 폐기는 커녕, 구체적인 대상을 밝히지 않은 채 핵활동의 동결을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는 그동안 알려진 내용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6자회담이 진행중일 때 정통한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BDA(방코델타아시아)’로 상징되는 대북 금융제재에서 성의를 보일 경우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이나 핵사찰단 입국을 허용할 의사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내밀한 내용이 오갈 수 밖에 없는 미국과의 협상이나 의장국 중국의 고위인사들과의 면담에서는 이른바 ‘속내’를 살짝이나마 드러낸 반면, 공개적으로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선전활동을 펼치는 이중성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김 부상이 지난 22일 협상이 사실상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제재해제에 대한 행동적 조치는 없이 우리의 핵시설 가동중단, 검증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입장을 반대하고 우리의 제안을 돌아가서 깊이 연구해보라고 했습니다”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모두 발언에 앞서 취재기자들의 건강까지 걱정하는 친절함도 과시한 김 부상은 “우리는 제재부터 해제하고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논의에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정부 소식통은 “잘 알려진 대로 북한은 실제 협상장에서 하는 얘기와 외부 선전장소에서 하는 얘기가 매우 다르다”면서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장에서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개진했으며 그 내용에 진정성이 있었느냐 여부”라고 강조했다.

결국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 나아가 폐기를 언급했는 지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북미간 BDA 실무회의와 이후 속개될 6자회담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