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차시험운행 `先군사보장’ 제의 배경

남북이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과 관련한 행사 방법과 절차 등에 의견접근을 봤으면서도 최종 합의를 군사보장조치 이후로 미루면서 그 배경과 군사보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지난 27∼28일 제13차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열차 시험운행의 방법과 절차 등에 대해 대체로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세부사항은 군사보장 조치가 취해진 뒤 합의키로 했다.

선(先)군사보장 제의는 북측이 꺼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북측이 군사보장 조치의 중요성을 인정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군사보장 조치 여부가 불확실해 합의를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 행사 규모는 작년 합의 준용할 듯 = 양측이 이번 접촉에서 의견 접근을 본 내용은 시험운행의 방법, 절차, 행사 참석자 규모, 안전점검 문제, 공동기념행사 내용 등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아직 조금 더 협의해야 할 내용들이 남아 있지만 행사는 작년 수준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시험운행 당일에는 경의선에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동해선에는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김용삼 철도상이 각각 참석해 남측 문산역과 북측 금강산역에서 공동기념식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공동기념식에는 시민들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젤기관차 1량과 객차 5량씩으로 구성된 시험운행 열차에는 남측과 북측에서 100명씩 타게 된다.

운행방식은 경의선의 경우 남측 문산-도라산역을 거쳐 북측 판문역-개성역으로 가고 동해선은 북측 금강산역-감호역에 이어 남측 제진역까지 운행하는 등 지난 해 5월 합의했던 방법을 준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시험운행에 앞서 각측의 구간에 대해 안전점검을 하고 행사 직전에 궤도검측차를 이용해 공동점검하는 방안에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 `군사보장부터 먼저하자’ 의미는 = 군사보장부터 먼저 하고 시험운행 계획을 확정짓자는 북측 입장은 군사보장에 대한 확실한 기대 속에 시험운행 세부계획에 합의했던 지난 해 5월과는 다른 상황이다.

의외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시험운행일을 5월17일로 잡은 지난 18~22일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당시와는 달리 시험운행에 대한 북측의 의지가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경협위 직후 북측 내부에서 시험운행을 둘러싼 부정적인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을 가능성을 엿보는 관측이다. 북측 군부가 이의를 제기했다면 있을 법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대남 및 열차 시험운행 업무를 맡고 있는 북측 라인이 군부의 눈치를 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는 분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북측의 신중한 접근에 따른 결과로 보는 해석이 우세한 편이다.

실제 북측은 이번에 군사보장조치를 마련된 뒤 세부사항을 합의하자고 제의하면서도 시험운행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차를 따져 빈틈 없이 행사를 진행하자는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열차 시험운행이 돼야 남북간 경공업.지하자원협력 합의서가 발효되는 만큼 경공업 원자재 8천만달러 어치를 빨리 받기를 희망했던 북측 태도에 비춰 이번에 다시 판을 깨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5월초 군사실무접촉에 주목 = 이에 따라 관심은 남북 군사실무접촉에 쏠린다. 정부는 군사실무접촉을 곧 북측에 제의할 예정이며 5월 초에는 열차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 조치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군사적 보장이란 남북 군사당국이 열차와 인원의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허용하고 각측 지역에서의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를 말한다.

현재 도로의 경우 2003년 1월 남북이 합의한 `동.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 임시도로 통행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잠정합의서’에 의해 군사보장이 돼 있지만 철도 운행에 대해서는 안전조치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군사 보장의 수위는 다양하다.

확실한 방법은 현행 `임시도로 통행 잠정합의서’의 대상과 기간을 확대해 새로운 합의서를 만드는 것이다. 대상을 도로 뿐 아니라 철도로 확대하고 기간도 `잠정’이란 단어를 떼어내 영구성을 갖추는 방법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측은 이미 지난해 2월 철도.도로 통행 군사보장 합의서 초안을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측은 관련 군사보장 문제가 실무 차원의 의제라며 논의를 거부하거나 해상경계선 논의를 연계해 왔다.

지난해 시험운행 예정일 직전인 5월16∼18일 열린 제4차 장성급회담에서도 철도.도로 통행 군사보장합의서를 채택하자는 우리측 요구에 대해 북측이 서해상 경계선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에 비춰 이번에 군사실무접촉을 갖더라도 철도와 도로를 포괄하는 영구 합의서 채택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임시도로 통행에 대한 군사보장처럼 철도에 한해 잠정 합의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북측은 개통식과 정기운행에 앞서 또 군사보장 카드를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처럼 `높은 수준’의 보장보다는 시험운행에 국한한 1회성 보장에 응할 공산이 커 보인다.

이밖에도 지난해 5월 군사보장조치 없이 시험운행일이 임박하자 우리측이 사용했던 `탑승자 명단 통보’ 형식도 있다.

이는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군사분계선을 통과함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정전협정 1조7항을 근거로 시도한 고육지책이었다. 탑승자 명단을 통보하는 것으로 일단 `특정 허가’를 얻은 것으로 보고 시험운행에 나서자는 방안이었지만 이미 지난해 실패한 경험 탓에 이번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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