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이명박 정부의 2년여의 남은 임기의 대북정책을 격하게 우회전 시켰다. 3·26 천안함 폭침 8개월 만에 이뤄진 도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압박 기조로 결정 짓는 행위였다는 평가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대북조치에서도 그 목적을 “남북관계를 건강하고 정상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밝혔지만, 연평도 도발은 그 기대마저 내려놓게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연평도 공격에 따른 대국민 담화에서 “그동안 북한 정권을 옹호해 온 사람들도 이제 북의 진면모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햇볕정책과의 이별 선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남북교역 및 경제협력, 사회문화교류, 인도적사업, 남북대화 등에서 북한과의 접촉면을 최소화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정부의 5·24대북조치가 보다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5.24대북조치를 유지하고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을 엄격히 한다는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5.24대북조치 중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대북 심리전 재개 ▲북한 선박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역 중단 ▲우리국민 방북 불허 ▲대북 신규투자 불허 ▲영유아 등 취약계층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원칙적 보류 등을 꼽을 수 있다.
5.24조치 중 대북심리전 재개는 그동안 유보해왔던 조치로 한 때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지난 26일 대북전단지 40여만장을 날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서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만간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반교역, 위탁가공업 등의 남북교역 중단은 5·24조치 이후 계속돼 오고 있는 상황으로 줄곧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 당국은 해산물·화석연료·모래 등의 교역과 섬유, 신발 등 가공업이 중단될 시 북한에 연간 3억 달러 정도의 경제적 손실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5.24 조치에도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계속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정부가 “엄격히 한다”고 밝힌 이상 상당 기간 민간차원의 지원 루트도 막힐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가 최근 대북 수해지원을 위해 중국 단둥에 보관 중인 물자들을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관심은 개성공단의 향배다. 사건발생 일주일째인 이날까지 개성지역으로의 출경은 허용하고 있지 않다. 다만 원부자재·완제품 운송을 위한 차량운송 인원의 방북과 개성공단에 체류자들을 위한 가스·유류·식자재 운송만을 허용하고 있다.
당장 통행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분위기다. 다만 개성공단 진출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정부가 당장 공단폐쇄까지 검토하기는 부담이 크다. 5·24조치 때 취했던 신규투자 유입 금지 등은 유지하면서 북한의 돌출 행동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만약 남한을 자극하는 ‘우리측 인원 억류, 통행 제한’ 등에 나설 경우 정부의 단호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이를 경협이 아닌 안보적 시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엄격한 태도는 남북 교역에만 그치지 않고 향후 인도적 사안 등에 대한 남북대화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연평도 공격이 발생하자 25일 개최키로 했던 남북적십자회담을 무기한 연기키로 결정했다.
북한이 향후 이산가족상봉 제의에 부대 조건을 달고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관련 협의가 진전될 가능성은 낮다. 특히 금강산관광 재개 등 북한에 달러유입이 가능한 사업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은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연평도 도발 이전에는 시기가 문제였지 북한의 태도변화를 위해서라도 천안함 ‘출구전략’을 시작한다는게 큰 방향은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전히 다른 페이지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그는 “핵문제 해결 전 단계에 우리가 받아 낼 수 있는 국군포로·납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응하는 대가성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이제는 북한과 이런 문제로 실갱이 벌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정부의 교류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