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노동신문과 대남 선전매체를 동원해 우리 통일부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일 발발한 대청해전을 기점으로 대남공세의 내용과 표현이 크게 달라졌다.
대청해전 직후만 하더라도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대결보다는 협력이 좋다”는 식의 ‘훈계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더 이상 두고보지 않을 것 “역사의 심판대에 올라야 할 시점” 등의 협박조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이 시비하는 것은 대북지원 및 남북교류 사업과 관련된 통일부의 ‘원칙’이다. 통일부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분배 투명성이 확보되기까지 대규모 식량지원을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관광사업도 박왕자 씨 피격에 대한 현장조사와 공식사과, 관광객 신변안전 대책 마련 등을 남북간 당국 차원에서 약속받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경섭 세종연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최근 대남공세가 북한 내부의 경제사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은 내부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과거와 달리 이명박 정부가 원칙을 앞세우며 남북교류의 절차를 강조하자 식량지원과 관광재개 등 포괄적인 대남 수입원에 목말라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올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150일 전투’를 비롯한 각종 국가사업을 벌여 왔지만 내부자원 고갈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금은 추가로 ‘100일 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동원운동에도 불구하고 이상기후와 비료부족 등으로 농업 작황도 악화돼 지난해 대비 수확량이 최소 10~15%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오고 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거둬들이고 현인택 장관을 집중 비난하는 것은 남측과의 전면적 적대관계는 원치 않으면서도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꿔 보겠다는 생각”이라며 “‘비핵.개방.3000’의 입안자였던 현 장관을 공격함으로써 정부의 부분적인 정책 전환이나 통일부 장관 교체라는 국면전환을 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의 주무부처인 통일부에 대한 북한의 공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을 기점으로 유화제스처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초 기대보다 우리 정부의 호응이 낮다고 판단, 통일부에 대한 공세를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북한의 비난공세가 당분간 더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도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미북관계 개선도 ‘2012년 강성대국 건설’에 도달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기와 같은 극단적인 대립상황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식량지원이나 금강산 개성 관광재개를 통해 경제난 해결의 발판을 마련하는 ‘현실적 성과’ 외에도 향후 남북관계에 있어서 주도권 잡기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12월 초 시작되는 스티븐 보스워즈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등 미북간 대화 국면을 고려해 사전에 일정수준의 남북관계 개선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 주목된다.
한편, 최근 통일부에 대한 북측의 공세는 자신들의 책임분야에서 성과가 나지 않으면 정치적 곤경에 몰릴 수 있는 북한 대남사업 단위들이 주도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눈길을 끌고 있다.
현정은 회장과 김정일의 회동부터 시작된 북한의 대북 유화국면의 시발점에는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와 현대아산의 파트너 조선아태평화위가 있었다.
북한에서 고위급 간부를 지냈던 한 탈북자는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김정일이 직접 현정은 회장을 불러 놓고 ‘잘 해보라’고 말했는데, 아직까지도 남한과 사업에 진척이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김정일의 권위를 훼손하는 셈”이라며 “북한의 대남사업 실무자들은 지금 속이 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북한에서 김정일의 ‘허락’은 또 다른 의미에서 ‘교시’가 된다”며 “앞으로 북한이 남한을 대상으로 특별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면, 현대아산의 파트너 조선아태평화위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에 숙청바람이 불 수 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