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농업부문을 ‘주타격전방’으로 정한 이후 연일 식량 증산을 강조하는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현실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무리한 목표달성만 강요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당국이 ‘올해는 특별히 알곡을 증산해야 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여느 해보다 닦달하는 중”이라면서 “농업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작업반별, 개인별로 증산계획을 내라고 하는데 다들 어떻게 계획을 세우라는 건지 답답해한다”고 전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농업 전선은 정면돌파전의 주타격전방이다”면서 “농업 부문에서 과학 농법을 틀어쥐고 다수확 열풍을 더욱 세차게 일으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지난 17일에서 19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2019년 농업 부문 총화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다수확 열풍을 더욱 세차게 일으키자’ ‘쌀로써 우리 혁명을 보위하자’고 결의를 다진 바 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이 연일 농업 부문 증산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을 독려하지만, 실질적 대안 없이 선전용 구호에만 그치고 있어 주민들이 막막해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한,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농산작업의 기계화 비중을 높이라는 지시한 점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농산작업의 기계화 비중을 높이고 나라의 농업토지를 한선에서 통일적으로 관리할 데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소식통은 “농업에 대한 선진기술과 기계화로 농업생산에 돌입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라면서 “앞으로 (선진기술 및 기계 도입이) 현실로 되기를 바랄 뿐, (북한은) 대책도 없고 대책을 세울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슬픈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노동당 제7차 당 대회에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채택하고 농산작업의 기계화 수준을 60~7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당시 북한의 농산부문 기계화 수준이 50%가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 당국이 아직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전하지 않고 있는 점으로 미뤄보아 5개년 전략 마지막해인 지금까지 기계화 수준이 60%를 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증산을 위해서는 포전담당제를 확대 강화하거나 더 나아가 개인영농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가족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담당포전제를 더 전진시키는 방향으로 해 보자는 것이 현재의 당의 농업정책 노선이다”면서 “포전담당제를 통한 수확량이 나쁘지 않아 좀 더 전진 확대해서 개인영농제로 해 보려는 움직임이 위에서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포전담당제는 지난 2012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담화 발표를 계기로 본격 도입됐다. 기존의 분조(分組)에서 소규모 가족 단위가 포전(圃田, 일정한 면적의 경작용 논밭)을 운영토록 하는 제로 생산량의 일부만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개인이 처분할 수 있도록 일부 자율성을 부여한 제도다.
시범적으로 일부에 도입한 가족 단위의 포전담당제가 일정 정도 성과를 내자 한 단계 더 진전된 형태인 개인 포전담당제를 통해 생산량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개인포전담당제 토지 알곡 생산 크게 늘어… “개인농사 우월 확인”)
실제, 노동신문은 20일 ‘농업생산과 군당위원회의 역할’이라는 글을 통해 “분조관리제 안에서의 포전담당책임제를 정확히 실시하는 것은 농업근로자들의 책임성과 생산 의욕을 높여주기 위한 중요한 담보이다”고 전했다. 매체를 통해서도 포전담당책임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그렇지만 (개인영농제에 대한) 최종 결정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있는 만큼 (간부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면서 “개인 포전담당제 성과가 충분히 도출돼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구실이 생기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에는 (개인영농제 전환에 대한) 희망을 가지자’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면서도 “그렇지만 정면돌파전을 하겠다고 말해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면돌파전이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집단 영농체제 강화로 나아갈지 아니면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개혁적인 방법 도입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