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내외 매체를 통해 연일 장거리 미사일로 의심되는 ‘대포동 2호’ 발사 준비에 대해 ‘평화적 우주개발, 인공위성’이라는 논리를 강변하는 ‘립서비스’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조선중앙방송은 25일 ‘평화적인 우주이용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제하의 논평에서 “우리 공화국의 평화적 우주 진출과 이용정책은 시대발전에 부합되는 정당한 것이며, 이를 막을 힘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방송은 이어 “우리나라는 이미 전에 평화적인 우주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을 꾸려놓았다”며 “지금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은 발전하는 현실과 국제적 추세에 맞게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의 이 같은 주장은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광명성 2호’의 발사를 예고한 것에 국제사회가 장거리 미사일 시험용이라며 우려를 표시하는 데 대한 반박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와 달리 미국의 ‘요격 가능성 언급’ 등 강경조치와 더불어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자신의 입장을 적극 변호하고 나선 셈이다.
이는 1998년 대포동1호 발사 때나 2006년 대포동2호 발사를 앞두고 침묵했던 전례와 다르다. 98년 발사 때는 발사 나흘 후인 9월 4일 ‘광명성 1호를 쏘아 올렸다’고 주장하고 2006년엔 발사 다음 날인 7월 6일 미사일 발사를 공개 거론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7일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를 두둔하며 ‘평화적 우주이용권’을 첫 언급했고, 16일엔 “무엇이 올라갈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발사를 기정사실화했다. 24일엔 ‘인공위성 발사 본격 진행’을 주장하며 ‘광명성 2호’(운반로켓 ‘은하 2호’)라는 이름까지 공개했다.
‘행동’보다 ‘입’이 앞선 것이다. 이는 2006년 핵실험 이전이던 10월3일 예고한 것과 맥락이 같다. 한 대북 전문가는 “과거 북한이 예고 없이 미사일을 발사했던 것과 달리 핵실험 이후에는 사전 예고하고 있다. 결국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통해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미국과 긴장국면의 남한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끌기’엔 성공했지만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자 적극적인 ‘립서비스’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사일 발사 시도를 세분화해 공개해 대미·대남 압박을 단계적으로 고조시켜 대가를 챙기거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형적인 ‘살라미 전술’을 취했지만 결국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북 전문가들도 ‘미사일 요격’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미국의 강경한 대처에 따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실제 미 국방부는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나리오를 상정, 이미 3차례의 요격실험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패트릭 오라일리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 국장은 25일 하원 군사위원회의 전략군 소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미사일 방어체계(MD)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제한적이고 초보적이기는 하지만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알래스카에서 응전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3차례 (요격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김영수 서강대(정치학)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1998년, 2006년 미사일 발사 때는 국제사회가 예상을 못하는 허를 찌르는 효과가 있었지만 현 미사일을 둘러싼 상황에선 그 같은 기습 효과는 없어졌다”며 “당시와 현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북한의 행동양식이 변화를 보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으로선 미사일 발사 결과에 대해 책임을 안게 되는 부담에 따라 먼저 말로써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현재는 미사일 카드로 일어날 수 있는 후유증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행동의 정당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사일을 쏠 것은 전제하면서 상대방에게 강한 의지를 전달해 능력을 과시하는 행보임과 동시에 미국이 요격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부원장도 “평화적 우주개발 논리를 강조해 요격을 장담하고 있는 미국의 명분을 사전에 죽이려는 패턴”이라며 “이미 발사를 공인했기 때문에 잘게 나눠서 협상하는 북한의 전통적 ‘살라미 전술’과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조선중앙방송은 이란의 인공위성 오미드 발사 성공 사례를 거론, 우주개발·이용에서 “독점권이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며 “누구도 시비질하며 뒷다리를 잡아당기지 말아야 한다”며 ‘대포동 2호=인공위성≠장거리 미사일’는 등식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