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락사무소 거부 배경과 전망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서울과 평양에 상주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북남관계 악화의 책임을 회피하며 여론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얕은 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연락사무소 설치방안 자체를 “반통일 골동품”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노동신문에 게재된 논평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의 시스템상 정부의 정책이 공식 언론매체를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는 점에서 연락사무소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리된 입장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분석이다.

사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이 대통령이 제안할 때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1990년대 우리 정부는 고위급회담에서도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1민족 2국가.체제’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해 결국 판문점 연락사무소 설치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하고 이러한 북한의 논리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었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우리 정부의 연락사무소 제안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상황으로 볼 때 시기상조’라는 논리로 거부의사를 피력했었다.

노동신문이 ‘골동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처럼 남북한 간에 여러 차례 논의돼 왔고 그 때마다 북한 측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온 ‘낡은 제안’임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그동안 남북 간 회담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 북한의 반응은 이미 예상했던 그대로”라며 “사실상 구체성을 갖춘 이명박 대통령의 첫 대북제안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좀 더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북한이 이 대통령의 대북제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피력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경색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연락사무소 제안을 필두로 핵문제와 인도적 지원 불연계 방침을 피력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화상대방으로 규정하기도 했지만 북한이 남한 당국자의 방북 불허 등을 풀고 남북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통일부가 제5차 남북청년학생단체 대표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을 신청한 42명 중 한국청년단체협의회 관계자 6명과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관계자 2명 등 총 8명에 대해 이적단체 구성원이거나 국가보안법 등 위반으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방북 불허결정을 내림에 따라 남북관계 냉각국면이 민간급 교류로까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중단됐을 때 민간급 교류가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남북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면서 남북관계 인프라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의 돌파구는 이전 정부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입장정리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도 연락사무소 제안을 거부하면서 “이명박은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는 요술을 걷어치우고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입장부터 바로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미 남북한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남측은 북측의 비핵화를, 북측은 두 차례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존중을 원하고 있는 만큼 남북 양측이 물밑 접촉 등 다각도의 대화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앞으로 정부가 구체적인 대북제안을 할 때는 일방적으로 하기 보다는 보다 신중하게 대화창구를 통함으로써 남북 양측의 체면을 스스로 지킬 필요가 있다”며 “냉전시대에는 일방적 제안이 선전적 효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역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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