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내 불능화 시사…美 교감 있었나?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 “북한이 최단 시일 내에, 5∼6개월 내라도 신고와 불능화를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기술적으로 안전상 문제가 없고 나머지 5개국이 제공할 의무와 상응조치도 같은 시간내에 한다는 것을 전제로 (불능화와 신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금년 내라도 (핵 프로그램)신고와 불능화를 이행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신고 범위에 대해서는 “2·13합의에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게 돼 있는데 북한이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한 것은 아니지만 양자협의에서 김계관 부상이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빠짐없이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2·13 합의 불능화 단계에서 북한이 신고해야 할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 대상에 보유중인 핵무기도 포함시킬 용의를 표명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향후 북핵 폐기 로드맵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 본부장은 이에 대해 “핵무기가 있다면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고 다(6자 참가국) 해석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핵무기든 핵 폭발장치든 북한이 가지고 있는게 있으면 다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 목록에 기존 핵무기도 포함시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지금은 답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북한은 기존 핵무기에 대해선 과거 핵활동으로 얻어졌다는 이유로 2·13 합의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게 사실이라면 ‘김정일이 통큰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회담에 앞서 김명길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의 발언을 통해 테러지원국 삭제와 대적성국 교역금지 종료가 불능화 단계 이행의 전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또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5일 미국과 일본의 대북 적대정책 우선 해소를 거론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이 기존 핵무기를 포함한 연내 불능화 의지를 밝힌 것은 힐 차관보가 17일김 부상과의 양자 접촉당시 테러지원국 삭제와 대적성국 교역금지 종료 등과 관련한 긍정적 상응조치를 약속 해준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2.13 합의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베를린에서 힐-김계관 간의 양자회담을 열고 30일 이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 30일 이내 영변 핵시설 폐쇄’ 등을 사전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제스처에 대해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면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핵 프로그램 신고 및 연내 불능화 입장을 내비친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해소와 관계 정상화 등을 전제로한 원칙적 입장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와 함께, 북한이 선전매체들을 통해 남한내 ‘반(反) 보수대연합’을 꾸준히 제기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12월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평화무드’ 조성을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있다. 6자회담-남북관계 선순환을 통한 ‘평화 쇼’ 연출을 위한 것이란 지적이다.

아직까지는 미국이나 북한의 진의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회담 첫날 북한의 새로운 요구가 제시되지 않은 것을 사실이지만 회담 이틀째인 19일엔 북한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연내 불능화’와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목표가 6자회담 참가국 모두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섣부른 기대나 낙관 보다는 북한의 숨겨진 진의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불능화’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 시작해 고농축우라늄(HEU)이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그리고 경수로 지원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한편,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은 19일 오전에도 수석대표회담을 속개, 현안 토론을 진행한 뒤 회담의 성과를 의장성명 등 공동문서 형식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힐 차관보도 “실질적인 논의를 한 만큼 내일 오후 의장성명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