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내 불능화 시사…美서 언질받았나

6자 수석대표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연내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와 불능화 이행의지를 피력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 북한은 테러지원국 삭제와 대적성국 교역금지 대상에서 빠져야만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와 불능화가 가능하다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김명길 유엔 북한대표부 공사는 “불능화 등 2단계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미국의 상응조치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또 외무성 대변인도 이번 회담을 앞둔 지난 15일 “이제 2.13합의의 완전한 이행은 다른 5자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자기의 의무를 어떻게 이행하며 특히 미국과 일본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어떻게 취하는가 하는 데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밝힌 연내 불능화 및 신고 입장은 미국의 대북관계개선 프로세스의 이행을 전제로 한 원칙적 입장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미국이 이 만큼 나가면 우리도 거기에 상응해서 행동하겠다”는 식의 입장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불능화 등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가 주목되는 것은 17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 부상간의 장시간에 걸친 양자회담을 거쳐 나왔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북미 양자회담에서 북측이 미국측으로부터 테러지원국 삭제나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북미관계정상화와 관련된 긍정적 언질을 받았을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6자회담에서 ‘2.13합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회담에 앞서 가진 김계관-힐 간의 베를린 양자회담에서 양측은 ’30일 이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30일 이내 영변 핵시설 폐쇄 등 초기이행조치 이행’의 틀을 사전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연내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를 공언한 것은 힐 차관보로부터 긍정적 상응조치를 약속을 받아서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평화교섭본부장이 첫 전체회의를 마친 뒤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한 것은 아니지만 양자협의에서 김계관 부상이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해 빠짐없이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북미 양자회담을 거친 뒤 나온 북한의 연내 핵 프로그램 신고 및 불능화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시적인 이행으로 이어지는데는 적잖은 장애물들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측이 북측에 어떠한 내용의 언질을 주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테러지원국 해제나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의 과정을 연내에 이행하는데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이 공화당에서까지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의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다 북한이 최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중앙회관과 관련한 일본당국의 압박을 대북적대정책으로 간주하고 ‘2.13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서는 일본의 정책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신보는 18일 “일본의 대조선 정책은 2.13합의와 대치되는 것”이라며 “주변에 자기 나라를 적대시하면서 ‘압력강화’를 부르짖고 있는 나라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조선도 자위적 핵억제력의 생산기지를 ‘무력화’하는 조치를 계속 보류할 수 밖에 없다”고 분명히 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연내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 의사를 피력한 것은 분명 중요한 변화임에 틀림없지만 북미관계 정상화 등 상응조치가 필요한 만큼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며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 등에서 북한이 성실한 자세를 보이면 북미관계 정상화도 견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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