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조선민주여성동맹 제6차 대회가 33년 만에 열렸습니다. 김정은은 여맹 대회 참가자들에게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의 기치 따라 여성동맹 사업을 더욱 강화하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축하했습니다. 서한에서 김정은은 나라 살림살이에 대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고 절약운동에 나서야 한다, 남조선(한국) 여성들과 해외동포 여성들의 애국 투쟁을 지지 성원해야 한다는 등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에 매진하게끔 여성동맹의 역할을 강화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렇다면 7차 당 대회 이후 청년동맹대회, 직업총동맹 대회, 여맹대회까지 연속으로 조직별 대회를 연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한 마디로 김일성이 살아있을 때처럼 당과 근로단체조직체계를 정비시켜 조직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아시다시피 김일성 시대 청년동맹이나 직맹, 여맹 등 근로단체조직은 당의 노선 및 정책을 관철하며 사회주의 건설에 동맹원들을 조직, 동원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당 대회가 끝나면 의례히 청년동맹, 직맹, 여맹, 농근맹 순으로 대회를 열고 당 대회에서 제시한 과업 달성을 주문해 왔습니다.
물론 이런 대회를 열었던 건 근로단체조직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고 수령의 지시를 무조건 관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형식적이긴 했지만, 당 대회를 열고 이후 각종 근로단체 조직의 대회를 연 이유는 조선(북한)이 수령 개인이 아니라 나름의 조직체계와 절차를 갖춰 운영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형식적인 절차마저 무시했습니다. 당 대회조차 열지 않았고,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몇 차례 하다가 중단했습니다. 김정일 한 마디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지되는 제의서, 방침 놀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36년 만에 당 대회도 열고, 나름대로 조직적 절차를 밟아가는 김정은의 모습이, 얼핏 생각해보면 당과 국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약해진 조직을 정비해서 예전처럼 인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보면 절대로 좋게 볼 수는 없습니다.
김정은이 지금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북한 인민이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경제활동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개혁개방에 힘을 쏟는 것입니다. 그런데 할 일은 하지 않고 “사회주의여성동맹”이요,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이요 하면서 이름을 바꾸고, 조직을 북한 인민들을 욱죄려고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인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중단하고, 인민들에게 보다 많은 자유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