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양에서 옷차림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고 한다.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직후인 지난 8월 말 이후부터 ‘옷차림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소식이다. 단속에 걸리면 우리의 경범죄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는다.
29일 평양 소식통은 “장군님(김정일)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후 옷차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라고 포치했다”며 “단속원들의 말에 따르면 (장군님이) 기차를 타고 오면서 국경지대 남성들이 윗도리를 벗고 있는 모습이나, 옷차림이 대담한 여성들을 보면서 화를 냈다”고 단속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평양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즐겨 입는 뺑때바지(스키니진)를 비롯해 장식이 화려하거나 그림·글자가 많은 옷들은 모두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레이스가 달린 치마도 입을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를 모두 단속할 수 없어 몸에 딱 달라 붙거나 지나치게 가슴이 패인 옷, 그리고 영어가 써진 옷들을 중점 단속하고 있다.
소식통은 “골목마다 30~50m 간격으로 규찰대가 있어서 그런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시민증을 검사하고, 해당 인민반에 통보한다”며 “단속에 걸린 사람은 인민반에 불려가 비판을 당하고 총화작업을 세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총화에서는 ‘외국물이 너무 많이 들었다’는 이유를 들어 강도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외부의 생활양식을 ‘자본주의 황색바람’이라고 규정하고 잠재적인 체제 위협요소로 인식해 왔다.
이처럼 단속이 한층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옷차림에는 정작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장마당에에는 여전히 한국 중고 옷이나 화려한 옷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며 “주민들도 옷이 예쁘다고 하면서 구입한다. 그리고 단속을 피해 입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규찰대의 지나친 단속과 처벌에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소식통은 “얼마 전에 길을 가는데 어떤 규찰대가 이상한 치마를 입었다면서 지나가던 여자의 옷을 칼로 찢고 길에 세워뒀다. 이 때 한 주민이 규찰대에게 ‘아니, 숙녀를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이게 우리가 주장하는 사회주의가 맞나’라며 꾸짖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