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여름 장마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환경, 위생적 요인 때문에 대장염이 확산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북한의 낙후한 수도관 시설이나 냉동 시설이 미비해 상한 음식을 섭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요새(최근) 대장염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복부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어린이들과 노인들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대장염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지역마다 10~20%정도 걸렸다고 보면 된다”면서 “오늘은 내가 걸리면 다음날에는 또 다른 사람이 걸려 있을 정도다. 예전에는 대장염에 걸려 죽은 사람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나마 중국에서 들여오는 약이 있어 그런(죽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여름 장마철이면 대장염은 피할 수 없는 병 중의 하나이다. 보통 북한의 장마철은 우리나라보다 4, 5일 정도 늦은 6월 말부터 시작돼 7월 말 정도에 끝난다. 여름 장마철이 끝났음에도 대장염이 발생하는 것은 북한의 열악한 식수환경이 가장 큰 요인라는 것이 소식통의 지적이다.
그는 “낙후된 수도관에서 나오는 오염된 수돗물을 먹거나 수돗물을 피해 자가 펌프를 이용하지만 대장균을 제거할 수 없다”면서 “또한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냉장고 가동이 안 되거나, 냉장고 없는 가정이 대부분이어서 상한 음식으로 인해 이 같은 질병이 더 확산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소개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여름 장마철을 ‘대장염 계절’이라고 부를 정도다.
대장염 증상으로는 혈액과 점액을 함유한 묽은 변 또는 설사가 하루에 수회 나타나거나, 심한 복통, 탈수 현상, 빈혈, 식욕감퇴, 피로감 등이다.
소식통은 “작년에는 복통과 함께 묽은 설사를 하는 것이 장염의 증상이였으나 이번에는 혈액이 섞여 나오는 대장염이다”면서 “국내 대장염 약인 테라미찐(테라마이신)을 먹어도 아무 효과가 없어 탈수 상태가 오거나 경련까지 오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북한 당국의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의료 시스템이나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부족해 환자들은 자가진단으로 치료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장염 환자들의 자가치료 방법은 음식을 단절하고 소금물을 마신다. 또한 작은 창자를 세척하거나, 시장에서 테라미찐, 신토미찐 등과 같은 유엔에서 들여온 항생제를 직접 구매해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판매되는 알약은 유엔 알약에 첨가제를 넣어 개인이 다시 제조(8·3약)해 효능이 거의 없다. 80% 이상이 가짜라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응급 환자들은 아편을 먹거나 아편대를 끓여서 대장염 치료를 하고 있다.
소식통은 “조선(북한) 약은 무조건 가짜라는 인식 때문에 중국약을 사 먹는다”면서 “중국 알약도 믿어지지 않아 중국 레보미찐 암풀(앰플) 두 대를 링겔에 타서 점적(정맥)주사를 맞는 것이 제일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레보미찐은 레보플록사신 성분이 들어있는 항생제다. 소식통에 따르면 레보미찐은 시장에서 열 대에 4위안(元), 링겔 한 병(500ml) 가격 역시 4위안(元)이다. 대장염에 걸린 환자들은 보통 링겔 5병에 레보미찐 10대 정도를 넣어서 정맥주사를 맞아야 대장염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는 “대장염 환자들은 장마당에서 약을 구매해 병원에 가서 혈관주사를 맞거나 정맥주사를 접수한다”면서 “병원 의사들도 환자들이 약을 사가지고 오는 것을 당연한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대장염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나 약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