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여기자들 클린턴과 동행 허용할 듯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서 나올 때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의 손을 잡고 귀환할까.

전문가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됐다는 자체가 여기자들의 석방과 인도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가 미국의 전직 대통령일 뿐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더욱이 힐러리 클린턴 현 미 국무장관의 남편이라는 점에서 여기자들과 함께 귀국한다는 전제없이 방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1996년 8월 술을 마시고 압록강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간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씨는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 리처드슨 당시 하원의원과 함께 귀국했었다.

그러나 94년 12월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 휴전선 인근상공에서 순찰비행 도중 북한 영공으로 진입하는 바람에 격추돼 억류됐던 주한미군 헬기조종사 보비 홀 준위는 역시 방북해 석방교섭을 벌였던 리처드슨 의원과 함께 나오지 못하고 별도로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4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과거 사례와 격이 다르다”며 “막강한 위상을 가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석방된 여기자들과 함께 돌아간다는 언질을 북한측으로부터 받지 않고서야 움직였겠느냐”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도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기자 2명과 함께 돌아갈 수 있다는 신호를 북한이 먼저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선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나고 북미간 대립구도를 대화 모드로 돌려놓음으로써 후계체제의 안정적인 구축을 위한 대외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에 줄 ‘선물’이 필요한 상황이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최악의 현 상황을 풀기 위해 대미 선물로 여기자들을 클린턴 전 대통령의 귀환길에 동행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렇다고 북미관계가 갑자기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북한도 첫술에 배 부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행정부가 ‘포괄적 패키지’론을 제시하는 등 대북 대화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여기자 문제를 더 오래 끌기 보다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전격 석방해 귀환시킴으로써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는 기회로 활용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여기자를 더 이상 억류하는 게 실익이 없이 비인도주의라는 비난만 높아질 상황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보다 더 적당한 석방 기회는 없다.

북한 당국은 현재의 북미 대립국면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미국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은데, 북한 주민들도 비교적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언론매체를 통해 미국이 북한에 굴복하고 사죄함으로써 북한이 승리했다고 선전하면서 미국과 현안을 풀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사법체계를 비난하기보다는 여기자들에 대한 사면 요청을 통해 북한의 체면을 세워줬다.

한편 북한이 미국 여기자들을 석방할 경우 미국측에 벌금이나 초대소 숙박비, 의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할지도 관심사다.

북한은 94년 홀 준위 석방 때는 리처드슨 의원에게 국제전화료로 1만달러를 지불할 것을 요구했었고, 96년 헌지커씨 석방 때는 벌금으로 10만달러를 요구했다가 인질 몸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완고한 입장에 따라 헌지커씨가 묵은 ‘호텔비’조로 5천달러에 낙착됐다고 리처드슨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밝혔다.

특히 94년 1만달러는 “불가사의하게도” 한국으로부터 북한으로 송금됐다고 그는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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