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에너지 실무협의 제의 배경에 관심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오히려 복구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이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6자회담내 경제.에너지 지원 실무협의를 갖자는 남측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다 갑자기 실무협의를 갖자고 제안함에 따라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이번 협의에선 6자회담 참여국들이 북한에 제공키로 한 중유 50만t분의 비중유 지원 잔여분의 품목과 제공 방식이 집중 논의되겠지만, 북한은 우선 ’따진다’는 입장을 갖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10.3합의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대신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이 경제.에너지 지원을 하고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를 약속한 사실을 들어, 북한은 이번 협의에서 현재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7일 평양발 기사에서 “미국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조선(북한)이 2년전 선택을 보류한 대결노선으로 선회할 공산이 높다”며 “핵보유국으로서 자위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하는 길로 나아가게 되면 미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예측 불가능의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판문점 협의에서 자신들은 불능화 조치를 80% 가까이 완료하고 냉각탑 폭파와 같은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국의 합의 위반으로 10.3합의 이행이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실무협의에 나오는 사실 자체는 6자회담의 유용성을 여전히 인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무자 수준의 협의이기는 하지만 6자회담 차원에서 가동되는 실무협의를 통해 “6자회담의 틀을 깰 생각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복구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북미간 뉴욕채널을 통해 핵협상을 계속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시설을 복구하려 움직이면 대화를 끊는 게 종래의 북한 행태이고, 미국도 북한의 이러한 행태에 경제지원 중단 등의 조치로 맞서는 것이 그동안 부시 행정부의 태도였는데 현재는 서로 조심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북미 모두 6자회담과 10.3합의를 깨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 협의에서 경제지원을 거부하면서 강수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하지만, 굳이 그런 강수를 두기 위해 협의에 나올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외무성 대변인 성명 등으로도 충분한 조치를 굳이 얼굴을 마주보면서 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번 협의를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개최함으로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에 공백이 없다는 점을 과시하고, 불능화 중단이 일부 세력에 의한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일단 협의 내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실무 차원에서 열리는 이번 협의에 김정일 건강이상설 등을 연결해 너무 거창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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