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엄포는 내부 강성대국 위상 과시용”

북한이 벼랑 끝마저도 넘어서려 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초 장거리 로켓 발사로 2006년 핵실험에 이어 두 번째 유엔 제재를 받게 됐다. 안보리에서 유엔 제재 대상 기업이 발표되자 29일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2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경고하고 나섰다.

여기에 미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HEU) 개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서는 등 보유한 모든 카드를 꺼내 들고 초강수 핵(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바마 정부 출범 후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이 같은 강경 행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북간 직접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벼랑끝 전술’이라고 설명한다. ICBM 기술을 과시하는 장거리 로켓 실험 발사 이후에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변하지 않자 종래의 협상 틀을 깨고 새로운 판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 출신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일방 통행식 협박의 배경에는 대미 협상과 함께 대내적 요인에 더 큰 무게가 실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오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구호로 내걸고 체제 동요를 막고 있지만 풀리지 않는 경제난으로 주민들의 체제불만은 계속 누적되는 상황이다. 또한 김정일은 핵보유국 지위와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비핵화 게임’을 풀어가면서 후계 세습 여건을 만들어내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북한 경제 관료 출신 김태산 씨는 “북한은 항상 돌을 하나 던져서 두 개, 세 개를 맞추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쓴다”며 “핵실험을 다시 하겠다고 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부 체제의 기강을 바로 세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강성대국 목표는 안정적인 3대 후계 세습과도 직결되어 있다. 강성대국 건설의 원년인 2012년까지는 주민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만이 후계 세습의 정당성과 지지를 끌어낼 수 있지만 2~3년 내 눈에 띄는 경제 발전이 어려운 조건이다.

따라서 김정일은 국제사회와의 대결 국면을 만들어 보상을 받거나 내부 긴장을 조성해 체제 유지 동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탈북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출신인 장철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후계자 지명은 전적으로 김정일의 마음에 달린 문제이긴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임명하기는 어렵다”며 “후계자를 임명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일이 후계자에 지명될 때도 당 선전선동부에서 김일성을 신격화하는 일을 먼저 했다. 당시에는 경제적으로도 안정됐었다”며 “사상보다도 경제적으로 안정이 돼야 후계자가 결정돼도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김정일은 핵보유국과 이를 담보로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는 두 마리 토끼를 쫒고 있다는 것. 그러나 핵무기 보유가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던 ‘주변국 뜯어먹기 전략’이 곳곳에서 장애물을 만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태산 씨는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2012년까지는 2~3년 밖에 안 남았고, 김정일의 건강문제도 최악에 달한 상황”이라며 “이 두 가지가 해결이 안 되면 후계자 문제도 안 된다는 것을 김정일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는 5월부터 내년까지는 식량 문제까지 겹쳐서 제일 힘든 기간이 될 것이다”며 “벼랑 끝에서 떨어질 결심으로 앞으로도 대내외 협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 전문가는 “북한은 지금까지 국제사회와 협상을 통해 핵 문제로 아무리 말썽을 부려도 누가 때리지 않는다는 학습 효과를 얻었다”며 “따라서 일관되게 지향해온 핵보유국 지위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해 극단적인 카드를 들고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은 지난 시간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해온 성과를 군대나 주민들에게 과시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강성대국의 면모를 내외에 과시하고 국제사회가 이에 걸맞는 대접을 해주길 바라는데 이것이 안되니까 김정일은 도발적인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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