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얽히고설킨 뇌물구조 왜?…”체제 유지에 활용돼”

국제투명성기구(TI)가 2012년 발표한 세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북한은 소말리아·아프가니스탄과 함께 8점을 받아 최하위인 174위를 기록했다.


TI는 북한의 부패지수가 세계 최고로 나온 이유에 대해 책임감 있는 리더십과 효력 있는 공공기관의 부재로 꼽았다. 부패가 만연해 있는데도 국가가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의지와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탈북자나 북한과 경협을 해본 사업가들의 북한 부패에 대한 체험적 증언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들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도 뇌물을 줘야 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은 세관부터 시작해 공공기관을 거칠 때마다 뇌물을 상납하는 구조라고 증언한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부패를 단속하기 위해 각종 단속 그루빠(검열단)를 조직하지만 이조차도 뇌물을 뜯는 특권으로 작용하곤 한다.









▲고려대에서 ‘북한의 부패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근영 씨./김태홍 기자

이러한 북한의 얽히고설킨 뇌물구조를 분석한 논문이 나와 화제다.


올해 초 고려대학교에서 ‘북한의 부패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근영 씨는 7일 데일리NK와 만나 “북한의 부패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의 수준을 능가하지만 당국의 체제 유지에 활용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 논문에서 “북한의 부패 유형 분석을 통해 국가시스템의 부패 정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북한 부패가 가지는 체제 유지에 대한 함의를 도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논문을 위해 국내에서 한 번도 외부기관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탈북자 30명을 심층 인터뷰한 후 23명의 사례를 추려냈다. 인터뷰를 통해 그는 북한의 시장화도 북한의 부패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했다. 


특히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부패 행위를 상호 용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고 이 씨는 지적했다. 타인의 부패를 용인하면서 이를 사익(私益)을 챙기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씨에 따르면 주민들은 북한 체제 속에서 마약과 대학학위 거래, 당 상납품 착복 등의 부패를 눈 감아 주면서 탈북, 돈벌이, 직장 내 승진 등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부패를 눈감아주는 관계는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를 쉽게 고발할 수도 없는 구조다.


이 씨는 “부패 관리가 적발돼 처벌되면 뒤를 봐주던 이른바 ‘빽’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북한 주민들은 인식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주민들과 관리, 혹은 부패를 일삼는 사람들의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부패에 대한 반감이 적고 문제시하는 경향도 없다”면서 “부패 행위를 용인하고 상호 인정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삭막한 북한의 제도 안에서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