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언급 다자회담, 결국 6者로 귀결될까?

북한 김정일이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 ‘양자대화와 다자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서자 관련국들은 신중한 분위기 속에 북한 입장에 대한 진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북한과 양자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미국은 6자회담을 재차 강조하며, 북한이 밝힌 다자회담이 6자회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6자회담 맥락 및 6자회담 재개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북한과 양자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향후 미북 대화에서 북한의 6자회담 수용을 일관되게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을 방문하고 있는 커트 켐벨 미 국부무 동아태 차관보는 19일 6회담을 존속시키기 위한 중국의 결의는 최근 몇 달 동안에 나타난 중요한 사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조건들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의 반응은 김정일의 발언에 큰 의미를 부여해 기대감을 갖기 보다는 향후 북한의 추가적인 태도 변화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6자회담을 수용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고, 다자회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자체가 연막전술이라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8일 “김정일 위원장의 정확한 언급을 파악해야 북한의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양자대화에 나간다고 말했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나 ‘제재 중단’을 거론했다면 기존의 태도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역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 최고 통치자인 김정일로부터 양보를 얻어 낸 이번 결과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북한이 6자회담 불참 입장을 고수한 채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했던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 노력’과 ‘다자회담 수용’ 입장을 이끌어 내 향후 북한의 대화 참여와 관련국들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중재자 역할를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양자 및 다자회담에 나설 용의를 밝힌 이상, 10월말 11월 초로 예상됐던 미북 양자대화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통해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 내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북한이 다자회담 수용 의사를 밝힌 이상 더 늦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미북간 양자대화를 통해 북한이 밝힌 다자회담 수용의 의미가 6자회담의 재개를 의미하는 것인지, 미·중·북 3자회담 또는 한·미·중·북 4자회담 등을 의미하는지 여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북한이 밝힌 다자회담이 6자회담이 아닌 다른 형태일 경우, 6자회담은 참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반면, 북한이 북핵문제에 대해 일본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것에 반대해 왔던 점을 미뤄볼 때 북한이 한국과 미국, 북한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부시 행정부 때도 북미고위급회담과 함께 한국과 미국, 북한과 중국이 참석하는 4자회담이 추진된 바 있다. 이후 4자회담이 현재의 6자회담으로 발전된 바 있어 선(先) 4자회담, 후(後) 6자회담으로 징검다리가 놓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다음주 미국 뉴욕 유엔본부와 피츠버그에서 열릴 유엔총회와 제3차 G20 금융정상회의 기간에 개최될 한·미·일·중·러 등 북핵 5자 정상간 연쇄 회담에서 그간 5자가 강조해왔던 6자회담을 통한 북핵해결 입장이 재차 강조될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