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 여기자들 재판 어떻게 할까?

북한이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을 적대행위 혐의로 재판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향후 재판 절차와 방식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은 24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당기관은 미국 기자들에 대한 조사를 결속했다”며 “해당기관은 확정된 미국 기자들의 범죄 자료들에 기초해 그들을 재판에 회부하기로 정식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날 발표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2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정권의 오락가락하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발언한 한 직후라 그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북한의 속내는 ‘미국 여기자들을 순순히 풀어주는 일은 없을 것’임이 확인된 셈이다. 1996년 간첩혐의로 북한에 억류됐던 에번 헌지커 씨의 경우와 달리 이번에는 ‘국내법 절차’를 앞세워 단계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외국인에 공개적 재판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국인 여기자의 재판 과정과 그 결과를 속단하긴 힘들다. 특히 북한이 구체적인 조사결과나 죄목에 대한 언급도 없이 일방적으로 재판에 회부한다고만 밝혀, 이들에 대한 수사과정이 공정했는지, 북한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피소인의 권리 보장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의 ‘대외민사법’에서는 ‘국가는 대외민사관계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률제도의 기본원칙을 견지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억류중인 여기자들에 대한 특별대우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북한이 변호인 선임과 관련해 북한 형소법에 명시된 내용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재판의 공정성과 관련 미북간 공방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형사소송법 제4조에서는 ‘국가는 형사사건의 취급처리 활동에서 인권을 철저히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재판절차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장 106조에서는 ‘형사사건의 취급 처리에서 피심자, 피소자의 변호권을 보장한다’고 규정했다.

또 북한의 형사소송법은 제4장 108조에서 ‘변호인의 선정은 피심자, 피소자의 가족, 친척, 소속단체대표자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여기자들이 소속된 미국 언론사나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북한은 체포이후 약 40일 간의 조사과정에서 억류된 여기자들에 대한 일체 접근권을 허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접근권이 허용되지 않는 조건에서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나 변호사 선임문제에 대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의 형사소송법 제4장 110조에 ‘변호인의 선정은 피심자, 피소자가 형사책임추궁결정을 받을 때부터 사실심리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 선임 문제는 이번 재판의 적법성을 따지는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북한은 이러한 변호인 문제에 직접 변호인을 지정해 재판을 이끌어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북한의 형사소송법 4장 111조에는 ‘재판소는 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피심자를 기소하였을 경우 해당 변호사회에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 변호사는 ‘변호사위원회’라는 단체로 조직화 되어 있다. 공식적으로 ‘조선변호사회’가 있고 산하에 조선변호사회 중앙위원회, 각 도(직할시)별 변호사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북한 변호사들은 개별적으로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각급 변호사위원회가 국가로부터 사건을 통보받는다. 한마디로 변호할 사건도 ‘배급제’인 셈인데, 이에 따라 피고의 대리인이라는 개념은 없고 북한 사법당국의 지도를 받는 일종의 ‘행정 일꾼’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변호사들은 이혼소송에서 ‘상담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북한에서는 변호인이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는 형사재판이 대부분이다.

북한의 경우 정치적 문제가 제기되면 ‘비공개 재판’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아 여기자들에 대한 재판의 공개 여부도 주목된다.

다만, 북한이 여기자들에 대한 재판 회부를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기소내용은 언급하지 않아 정확한 재판 일정 및 재판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북한의 형소법에서는 1심 재판의 경우 일반인이 판결에 참여하는 ‘참심원’ 제도가 있으나 실제는 유명무실한 규정이다. 중대한 재판일 경우 판사 3명이 재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재판은 기본이 2심제로 1심 재판에 대해 상소하면 2심 재판이 열리기도 하지만, 1심 재판을 중앙재판소가 진행한 경우에는 더 이상 상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