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어민들도 ‘NLL 불법’ 주장 동의 안한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정전협정 위반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내부에서조차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은 2일 ‘북방한계선은 불법무법의 유령선’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싣고 “북방한계선과 관련한 그 어떤 북남합의도 없다”며 “북방한계선이라는 것은 미제침략군측이 일방적으로 그은 것으로서 우리와 합의를 본 것이 아니며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 두 달간 9차례 어선과 경비정을 동원해 NLL을 침범했다. 대선을 앞두고 NLL 불법성 문제를 부각시켜 남한 차기 정권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 주민들 가운데 서해에서 꽃게잡이에 나서는 어민들을 제외하고는 NLL의 의미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생계가 빠듯한 마당에 여기에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다. 당국은 NLL에 대한 교양은 생략한 채 군사적 충돌 시 남측의 침략성을 부각시키는데만 열을 올린다.   

혜산 출신 탈북자 김모 씨는 “관련된 실무진이나 NLL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 일반 주민들은 잘 모른다”며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미 그 주변 섬에 남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것이니까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NLL 인근의 옹진군, 강령군, 해주시, 과일군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NLL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이를 두고 불법적이라는 관념은 별로 없다고 한다. 어부들도 경비정이 2중, 3중의 단속을 하기 때문에 NLL 월선은 생각조차 않는다. 

이 지역 해군에 근무한 바 있는 탈북자 한모 씨는 “최근 NLL을 넘어온 어선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하고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며 “이러한 배는 어선을 가장한 해군들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어부들은 지역 보위부에서 선원증을 발급받을 때 ‘월남하지 않는다’, ‘정해진 구역에서만 고기잡이를 해야한다’는 등의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 출항 전에는 매번 부둣가 해안 경비대에게 고기 잡을 구역을 확인받은 후 ‘NLL을 넘어가면 안 된다’는 주의를 듣는다. NLL 부근에는 해군 경비정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애당초 NLL 월선은 상상하기 어렵다. 

황해도 해주 출신 탈북자 박모 씨는 “고기 잡으러 나가면, 연평도 맞은편 무도 부근만 가도 해군 경비정이 오지 말라고 소리를 쳤다. 넘어가면 월남으로 간주돼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면서 “60년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주민들은 통일되기 전에는 NLL을 넘어가기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에서 NLL 부근에서 일어나는 충돌을 남한이 침범하는 것으로 거짓 선전하기 때문에 어민들은 남한 해군에 의한 나포를 상정하기도 한다. 

박 씨는 “북한 어민들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나 긴장 고조가 오히려 조업을 막기 때문에 NLL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강하다”면서 “북한의 주장대로 수역을 나누면 백령도 등에 거주하는 남한 주민들은 어쩌냐는 의문을 가지는 게 당연하고, 결국은 북한의 주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북한 간부들도 NLL을 인정하지만 정치적 목적 때문에 자꾸 NLL을 걸고 넘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 탈북자 최 모씨는 “고위 간부들과 NLL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들도 NLL이 실질적인 해양 군사분계선인 걸 인정하고 있었다”면서 “NLL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건 그저 남한에 대고 하는 선전행위”라고 말했다.

최 씨는 “고위 간부들이나 김정은에게 아부하느라고 NLL 부인하면서 소동피워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김정일 살아 있을 때도 전투명령을 받고 NLL을 남하하는 상황이 되면 지휘관들은 ‘아까운 군인들 자꾸 희생된다’는 볼멘소리를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위 탈북자 이모 씨도 “객관적으로 남한 섬이 북쪽으로 올라와 있으면 그 섬과 북한 영토 가운데에 경계선을 긋는 게 옳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섬만 남한 것이고 바다는 북한 것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북한 당국도 지원이 필요하거나 대선 개입하는 등의 정치적 목적이 있을 때나 관심 끌려고 NLL 들먹이며 도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