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양자회담 띄우기’ 속내 읽기

▲13일 미국과 접촉한 北 한성열 유엔 차석대사<출처:연합>

미∙북 뉴욕접촉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3일 미국과의 뉴욕 접촉 사실을 밝히고 “때가 되면 우리의 입장을 뉴욕 접촉선을 통해 미국 측에 공식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이 먼저 북한에 ‘주권국가 인정과 공격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설명한 것에 북한이 반응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설명한 내용에 대해 곧 반응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혀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대변인은 뉴욕접촉을 통한 미국의 설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진심으로 6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이라면 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조건과 분위기를 실제 마련하는 데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미국 태도가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뒤끝을 보이고 있다.

회담 재개 분위기는 있지만, 미∙북 이견은 여전

현 시점에서 북한의 속내를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발표를 북한의 회담 재개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반응은 우리 정부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조태용 외교부 북핵기획단장은 “조만간 외교노력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밝혔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북한이 중국에 북미 양자대화를 보장하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22일 워싱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회담 재개 전망에 대한 기대는 최근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8일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주권국가 인정 발언을 직접 만나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히자, 9일 라이스 장관은 재차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13일 미국은 미∙북 접촉을 갖고 ‘주권국가’ 의사를 직접 전달했다. 북한은 22일 여기에 대한 공식 반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 실무 대표들은 “강화된 외교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남∙북은 당국자 회담을 갖고 비료지원과 장관급 회담 개최를 논의했다. 중국도 이달 초부터 미∙북 직접 접촉을 촉구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최근 분위기가 북한의 잇따른 돌발 조치에 따른 긴장 국면을 잠시 녹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북 간에 입장 차이가 줄어들지 않아 회담 재개는 낙관하기 힘들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여전히 미∙북 뉴욕접촉을 단순한 입장 전달 창구로 보고 있다.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뉴욕접촉이) 어떠한 교환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만일 북한이 응답해 온다면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반응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발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양자회담을 정치적 타결의 공간으로 활용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의도가 드러나 보인다. 주변국이 미∙북 간 직접대화를 요구함에 따라 성의는 보이겠지만, 양자대화가 회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경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北, 뉴욕접촉 양자회담 위상 강화 계기로

북한은 이번 미∙북 접촉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상황 악화조치에 따른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남∙북 당국자회담과 미∙북접촉을 통해 유화국면 조성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북접촉에서 성과를 내면서 6자 회담 틀 내에서 양자회담의 위상을 높이는 데 활용할 의도도 엿보인다.

한편 시기적으로 북한이 내세울 수 있는 강경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카드는 재처리 완료 발표와 핵실험. 재처리 완료는 아직 2~3개월이 남아있고 핵실험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 때문에 일시적으로 유화국면을 조성하면서 남북공조와 북중 협력강화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계속되는 미∙북 접촉으로 낙관론이 싹트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북핵 전망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회담 재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북핵문제의 진전이다”며 “6자회담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한이 명시적인 핵 포기 선언을 어떻게든 표시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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